* 스포일러 주의
남자의 이름은 클락 켄트였고, 또한 슈퍼맨이었다, 브루스 웨인은 남자가 잠들어 있는 자리를 빤히 내려 보았다.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그를 그 자리에 눕혀 주리라 각오를 다진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가 관에 누워있는 모습은 이상하게 괴리감이 느껴졌다.
남자의 이름은 슈퍼맨이었지만, 클락 켄트와 슈퍼맨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자는 손에 꼽았다. 남자의 어머니는, 그의 마사는 브루스의 손을 그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꼭 쥐고는 눈물을 흘렸다. 브루스는 차마 그녀를 위로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실망시켜서 미안했네.”
과거형. 브루스는 자신의 생각을 그리 표현했다. 이 앞으로의 미래에 자네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신념, 혹은 무언의 약속. 브루스는 묘비에 새겨져있는 이름을 속으로 곱씹었다.
“클락 켄트, 라.”
브루스는 언젠가 루터의 파티장에서 만났던 당돌한 기자를 떠올렸다.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자 순식간에 바람이 온 몸을 꿰뚫어버릴 듯 거세게 스쳐지나간다. 브루스는 작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망할.
남자의 얼굴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참으로,
“불렀나?”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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