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할까?"
브랜트의 한숨에 드물게 이단이 얼굴을 구겼다. 뭘? 너무나도 뻔한 물음에 브랜트가 한껏 미소 짓고는 이단의 가슴팍을 검지로 꾹 찍어 눌렀다.
"뭐긴 뭐야. 너랑 나지."
"브랜트."
"지쳤어, 나."
생각지도 못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하려고 애쓴 적이 없는 브랜트의 말에 이단은 순식간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단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싫어. 안 돼. 그러자 브랜트가 얼굴을 구기며 빈정거리며 쏘아붙였다.
"이제 와서 나한테 뭐라도 생겼어?"
"이제 와서라니."
"이제 와서, 지."
계륵이야? 남 주자니 아깝고. 이단은 브랜트의 말에 저도 모르게 화를 내며 브랜트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여전히 단단한 팔의 근육은 그대로였지만 처음 그 팔을 잡았을 때보다는 얇아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단은 눈을 치켜떴다.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이단-"
"뭐가 문제야."
브랜트는 이단의 팔을 아프지 않게 정중히 떼어내고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기까지야. 이 이상은 묻지도, 알려고 하지 마. 명백한 거절에 이번엔 눈앞이 새하얘졌다.
신은, '이단 헌트'라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원치 않는듯했다.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00Q] (0) | 2015.11.14 |
---|---|
[이단브랜] 살인의 정의 (0) | 2015.10.14 |
[이단브랜] (0) | 2015.10.07 |
[이단브랜/스트릿갬블] (4) | 2015.10.05 |
[이단브랜/스트릿갬블] (2) | 2015.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