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릭 x 스타일즈..는 아닌 거 같고 데릭 +스타일즈

* 그냥 이런 스타일즈가 보고 싶었다.

* 시즌 2~ 시즌 3 초반 시점입니다.





  스타일즈는 그 나이 때 십대 청소년들에 비해 유독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면 이 세상 최고 베스트 프렌드가 늑대인간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그 늑대인간이 한 때 사랑에 빠졌던 여자 친구는 그런 늑대인간을 사냥하는 유서 깊은 헌터 가문의 장녀라던가, 유독 그와 자신을 싫어하던 한 소년은 도마뱀 인간이었다 이제는 늑대인간이 되었다던가... 스타일즈는 이런 것들이 이제는 너무 당연한 청소년들 중 하나였다.

 

  스타일즈 스틸린스키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열에 일곱은 그를 장난꾸러기 소년으로만 생각한다. 그와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만이 그가 사실은 무척이나 상냥하고 지혜로우며,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사실은 그가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을 꽁꽁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스타일즈의 원래 성격 자체가 유쾌하고 활발한 장난꾸러기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 모습에 질렸다는 듯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참 낙관적이구나, 라고 쏘아대는 사람도 많았으나 단 한 명, 스캇만은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스캇은 알고 있었다. 스타일즈 본인 스스로 그렇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스타일즈의 최후의 방어막이었으며 절대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최근 스타일즈는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잭슨이 런던으로 간 이후 딱히 별다른 사건 사고가 없었기에 비컨 힐은 평화롭기만 했지만 오히려 스타일즈에게는 이런 상황이 폭풍전야같이 느껴졌다. 학교 끝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스캇이 스타일즈를 불러 세웠지만 스타일즈는 예의 그 화려한 말빨로 스캇을 돌려보냈다. 그러고서는 혼자 방안에서 쓰린 속을 달랬다. 스캇이 지금보다 더 강하고 본능적인 늑대인간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들켜서 딱히 좋은 사실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스타일즈가 잠을 통 잘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꾸는 꿈 때문이었다. 처음 스캇이 알파인 피터에게 물린 숲에 덩그러니 서 있는 꿈이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 숲 속 스타일즈는 언제나 혼자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보면 구름 속에 가려져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달은 항상 꽉 찬 보름달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울부짖는 늑대 울음소리에 스타일즈는 귀를 막았다. 곧 소리가 멈추고 고요함이 찾아온 숲 속, 스타일즈와 눈을 마주친 것은 붉은 눈의 늑대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섬뜩하리만치 빛나는 붉은빛에 스타일즈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곧 그의 주위로 다른 늑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붉은 눈의 늑대는 그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스타일즈를 바라만 보았다. 그러나 스타일즈는 그들이 하려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넌 우리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부정한 것이라는 듯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에 스타일즈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너무 아픈 것은, 금빛의 눈을 가진 스캇마저도 자신을 그렇게 본다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느낀 것은 명백하게 소외감이었다. 그 소외감은, 그 외로움은 한없이 스타일즈의 마음을 무너트렸다. 싫다는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꿈에서 깨고 나면 방 안에 홀로 남겨진 그 기분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스타일즈는 벌써 일주일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일즈, 너…."

  "헤이, 스캇. 미안한데 지금 내가 리디아를…."

  "스타일즈!"

 

  스타일즈는 스캇의 고함소리에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강한 힘으로 내려친 사물함의 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스캇의 눈이 살짝 금빛을 띄었으나 그 이상의 변환은 없었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

  "…아니, 아니야."

  "스타일즈, 좀 들어봐. 너 지금 당장에라도 쓰러질 거 같은 사람처럼 보여. 내가 널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네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아니, 어쨌든. 그럴까봐 무섭다고."

 

  스캇이 무어라 열심히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스타일즈는 도저히 스캇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타일즈는 곧 자신이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작이 온 것이었다. 스타일즈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아무도 없는 텅 빈 양호실이었다. 병원으로 당장 실려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아버지께도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또 덩그러니 남겨져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일어났나?"

  "워, 데, 데릭…?!"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양호실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 목소리가 들려오자 스타일즈는 없던 잠도 확 날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데릭은 스타일즈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음…. 당신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 녀석이 부탁했거든."

 

  오, 짧은 탄성 후 깊게 내쉬는 한숨에 데릭이 의아하다는 듯 스타일즈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그 뻔뻔하게 잘나보이던 얼굴은 어딜 가고 다 죽어가는 송장이 걸어 다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캇이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당연했다. 스캇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스타일즈에게서 풍기는 진한 부정의 향기를.

 

  "대체 무슨 일이지?"

  "와우, 지금 데릭이 날 걱정해주는 거예요? 놀라워라!"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낯짝을 하고 있는 꼴을 보니 데릭은 눈썹을 찡그리며 스타일즈를 쳐다보았다. 스타일즈는 그런 데릭의 시선을 피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꼭 그 붉은 눈을 볼 것 같았다. 시선을 피하는 스타일즈의 얼굴을 억지로 잡아 돌렸다. 데릭은 그의 눈에서 꽤 많은 걸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중 무엇보다 가장 커다랗게 자리 잡은 것은 불안과 공포였다.

 

  “이거 놔요…!”

  “뭘 그렇게 겁내는 거지?”

  “…….”

  “이제까지 그 뻔뻔한 낯짝은 어디 가고 겁만 집어 먹은 얼간이만 남았군. 대답해봐. 뭐가 그렇게 무섭지? 뭘 원하는 거지?”

 

  쏟아지는 데릭의 질문에 스타일즈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어쩌면, 지금의 스타일즈에게 있어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데릭일지도 모른다.

 

  “하하, 내가 뭘 원해요. 난 아무것도 원하는 거 없어요. 그러니까 데릭 이제 그만 비켜줄래요? 남들이 보기에 꽤….”

  “스타일즈.”

  “…….”

  “나한테 거짓말은 소용없어.”

 

  순간 스타일즈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데릭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정하며 고개를 흔드는 스타일즈는 어떻게든 데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발버둥치는 스타일즈를 가볍게 제압한 데릭은 스타일즈의 눈을 쫓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만, 그만해요! 보지 말라고요!”

  “스타일즈.”

  “나는, 나는…!!”

  “스타일즈 스틸린스키.”

  “…….”

  “네가 원하는 것이 이건가?”

 

  데릭은 가볍게 쥔 스타일즈의 손목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그 생경한 느낌에 스타일즈는 숨을 삼켰다. 어느새 데릭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고, 무서우리만치 날카롭게 솟은 송곳니가 스타일즈의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물어뜯을 것 같은 그 눈길에 스타일즈는 뒷목이 서늘해졌다. 창백한 피부에 송곳니가 박힌다고 생각한 순간 스타일즈는 믿기지 않는 힘으로 데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아니야.”

  “피터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거부할 텐가?”

  “나 같은 녀석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서 뭐할 건데요. 평생 시끄러울 걸요. 옆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떠들어 줄 테니까….”

  “쉿. 그건 그렇군. 정말 시끄럽겠어.”

 

  눈에 띄게 박동 수가 줄어든 스타일즈의 심장소리에 데릭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스타일즈의 불안감에 데릭은 가만히 침대 옆에 앉아 스타일즈를 바라보았다. 그 끈질긴 시선에 스타일즈는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꿈을 꾸는데…. 당신이랑 스캇이 나와요. 아마도 더 많은 늑대인간들도 함께.”

  “더 많은 늑대인간?”

  “네. 뭐, 아마도 셋, 넷…? 아무튼, 스캇이 처음 물렸던 그 숲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어요. 그리고 그 숲속에 당신들이 나오죠. 그리고 나는 언제나 혼자에요. 언제나, 혼자죠.”

  “…….”

  “스캇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그는 나를 밀어내버리고 말아요. 왜인 줄 알아요? 나는 인간이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당신도 나를 밀어내버리죠. 내가 늑대인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막상 당신이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씩 인간이 아니게 되고, 나를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데 나 혼자 이렇게 남아버리는 게 무섭다고요.”

  “스캇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뭐, 요새 그 녀석 하는 거 보면 얼마나 서운한데요.”

 

  불만스럽다는 듯 투정을 부리는 얼굴에 데릭은 순간 스타일즈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상냥한 손길에 스타일즈는 조금 놀란 얼굴로 데릭을 쳐다보았다.

 

  “그래요, 나 빌어먹을 십대에요.”

  “이봐,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당신 얼굴에 쓰여 있거든요. 아, 몰라요. 스캇한테 말하지 말아요. 그러면….”

  “그러면?”

  “쪽팔려서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데릭이 스타일즈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꽤 호쾌한 얼굴로 웃는 데릭의 얼굴에 스타일즈는 데릭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뭘 보냐는 듯 눈썹을 찌푸리기에 얼른 얼굴을 돌린 스타일즈는 그대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침대에 누웠다. 딱히 양호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데릭이 옆에 있다는 것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나가라고 나갈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스타일즈는 딱히 무어라 하지 않았다. 잠을 자면 어차피 또 그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이 조금 무서워서 잠을 자고 싶지는 않았다.

 

  “잠이 안 오나?”

  “…….”

  “아니면 단순히 잠을 자기 싫은 건가.”

 

  스타일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답해봤자 딱히 뭐라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스타일즈는 곧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깜짝 놀라 이불을 내리자 이불 째로 자신을 들쳐 업은 데릭의 얼굴에 스타일즈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뭐, 뭐에요? 데릭! 이봐요!!”

  “시끄러운 놈.”

 

  뒤늦게 스타일즈의 비명소리에 놀라 달려온 스캇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하나가 아닌 둘의 냄새를 맡고 말없이 웃었다. 곧 이어 휴대폰에 남겨진 문자에는 저녁에 찾으러 오라는 짧은 말 뿐이었다.

 


  *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는 폐가에 덩그러니 놓인 스타일즈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얇은 천 이불을 온몸에 꽁꽁 감싸고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 중간, 중간 바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비명소리에 스타일즈는 덜컥 겁이 났다. 꿈속에서는 항상 손가락이 몇 개나 더 많이 달려있었다. 스타일즈는 천천히 손가락을 세 보았다. 열 개. 이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데릭? 이봐요, 어디 있어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스타일즈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붉은 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는 무심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스타일즈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꼭 그러지 말라는 듯, 경고를 하는 목소리에 스타일즈는 가만히 그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스타일즈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꼭 손을 물어뜯길 것 같이 겁이 났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가만히 다가와 스타일즈의 손에 자신의 코를 비볐다. 스타일즈는 무릎을 꿇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맑은 붉은 눈에 선명하게 비친 자신의 모습이 한 없이 초라하기만 했다. 스타일즈는 가만히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기분 좋았다. 스타일즈는 그의 목을 감고 있는 제 손의 손가락이 열 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꽤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


 

  “데릭?”

  “쉿.”

 

  스캇은 가만히 데릭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는 스타일즈를 발견하고는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요새 통 잠을 못잔 것 같이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 못내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그 피곤이 조금은 풀린 것 같은 모습이라 안심했다.

 

  “생각보다 귀찮은 녀석이야.”

  “부정은 못하겠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나랑 비슷한 녀석일지도.”

  “…….”

  “가. 더 이상 애 보기는 질색이니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데릭에게서 스타일즈를 받아든 스캇은 곤히 잠든 스타일즈의 얼굴과 다시 평소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얼굴로 돌아온 데릭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그가 무슨 수를 써서 스타일즈를 재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음에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한 번 더 해야겠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데릭의 체향에 스캇은 무의식중에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이렇게 강한 향기가 났던가. 스캇은 다시 뒤를 돌아 데릭의 집을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창문 사이로 비친 붉은 빛에 스캇은 픽,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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