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큐어 스포 有

* 끝까지 읽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비가 오면 항상 불안했다. 항상 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커다란 짐을 지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너는 그렇게 내 곁에서 계속 살아남아 줄 것이라고, 절대로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리진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왔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을 뿐, 하등 너에게 도움조차 되지 않는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 날도 비가 왔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엔 네가 미로로 가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다. 미로로 들어가는 너를 가로막고 가지 말라고 빌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항상 내 하루의 시작은 너를 보내야 한다, 아니 보내면 안 된다, 는 두 가지 논제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을 하는 걸로 시작한다. 당연히 보내고 싶지 않지만, 네가 없으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끝없는 불안함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 너를 따라 뛸 수도 없는 병신 같은 발목을 잡아 무얼 하겠냐고 스스로 비웃어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내가 너의 발목을 잡을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하루 빨리 너와의 거리를 두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스스로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겐 너 뿐이었다. 나는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가죽만 남은 허약한 짐승이었다.

  너는 그런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나를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소리쳐도 너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하루는 그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욕을 한 적도 있다. 새빨갛게 부은 손등을 보니 내 심장은 그대로 부서져 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너는 그러한 나의 행동에도 너의 뜻을 굽히려 들지 않았다. 내 하루의 시작이 끝없는 논쟁 속에서 몰래 네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네 하루는 그런 나를 그 질척하고 더러운 웅덩이 속에서 꺼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가 괜히 가죽만 남은 짐승이 아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그곳에서 나를 꺼내준다고 했다. 너의 그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너는, 나를 그 웅덩이에서 꺼내주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구원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큰 오산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너를 놓아주어야, 내가 너에게 매달리기에 너를 바깥으로 날려 보내주어야 네가 저 광활한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너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한 발 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네가, 나를 잡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네가 나를 놔주어야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인사는 어땠지? 꼴사납지는 않았을까? 나는 내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조차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약속해줬으면 좋겠다. 절대로, 나 따라오지 마라. 꼭 너 닮은 딸 하나랑 아들 하나 낳고……, 는 무슨. 보고 싶어 죽겠다. 하나 뿐인 내 사랑. 내겐 너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이 네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 애에게 실례가 되는 말일 것이다. 너도 고마웠다, 토미. 마지막으로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있으니까 난 안심하고 간다.


  잘 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아. 아끼고 아껴도 모자랄 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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