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규님(@BBQ_Gyu)의 죽음 루이스 x 사이퍼 히카르도 au 썰을 멋대로(!) 풀어봤습니다. 

* 루이바레 연애해(

 

 

 

 

 

 

  다시 눈을 뜨기 전 마지막 기억은 아마도 눈이 부실정도로 팍, 하고 터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어린 소년은 가만히 자신의 눈에 손을 대어보았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손의 감촉에 조그맣게 한숨이 내쉬어진다. 어린 소년, 히카르도 바레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긴장을 놓으면 훅, 하고 끝도 없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불길한 기분에 잔뜩 긴장한 어깨가 무겁기만 했다.

쉼 없이 걸어도 끝이 없어 보이는 검은 길은 작은 소년의 한숨을 더욱 무겁게만 했다. 항상 저의 작은 손을 꼭 잡아주시던 어머니의 손이 생각나 히카르도는 괜히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렇게 한 없이 걷기만 했을까, 저 멀리서 어른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히카르도는 단숨에 그 곳까지 뛰어갔다.

 

  “저기…!”

  “…….”

 

  히카르도는 작은 손으로 앞에 있던 그림자의 옷을 꽉 쥐었다. 그런 히카르도의 손에 천천히 그림자가 히카르도를 돌아보았고, 히카르도는 그림자의 얼굴에 그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옷을 두르고 있는 남자의 피부는 꼭 책에서나 봤던 뱀파이어의 그것같이 창백하니 희멀건 했고, 가늘게 길어진 눈은 붉게 빛나는 것이 퍽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괴리감이 느껴지는 옅은 푸른빛 머리카락은 참으로 이상하게 따뜻한 하늘이 생각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를 두고, 그 무섭도록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검은 그림자는 아이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뒤적여보았다.

 

  “이름은?”

  “…바레타, 히카르도… 바레타요….”

 

  예의상 물어본 것이라 이미 어린 소년의 이름을 찾아낸 그는 아이와 책 속에 적힌 이름을 번갈아보았다. 히카르도 바레타의 이름 밑에는 아직 빨간 줄이 그어져있지 않았다. 그것은 곧, 이 아이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남자는 여전히 그 무심한 얼굴로 탁, 소리가 나도록 책을 덮었다. 그 소리가 시발점이 되었는지 가만히 있던 히카르도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찌나 우렁찬 울음인지 혹은 남자가 이만한 나이의 아이를 이 세계에서 본 것이 오랜만인지 우는 아이의 울음을 달래주지 못해 어찌할 줄을 몰랐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히카르도와 시선을 맞췄다.

 

  “왜 울어?”

  “여기 온통 까맣고 무서우니까…. 그리고 아저씨도…….”

 

  울기라 바쁜 히카르도는 남자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남자는 천천히 히카르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같이 따뜻한 손이 아닌 차디 찬 손이었지만 히카르도는 그것만으로 조금 떨림이 멈추는 것 같았다.

 

  “형이라고 불러주면 엄마 아빠가 계신 곳 까지 데려다줄게.”

  “정말?”

  “자, 약속.”

 

  히카르도는 남자가 내민 새끼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다 얼른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남자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히카르도의 작은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히카르도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형은 여기서 혼자 살아?”

  “아니.”

  “다행이네.”

  “…왜?”

  “혼자면 외롭잖아.”

 

  남자는 히카르도의 말에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남자의 행동에 히카르도도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남자의 얼굴을 한 없이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자는 히카르도의 작은 몸을 한 번에 안아 올리고는 가던 길을 갔다.

 

  “나보다 어린 주제에 말은 엄청 많은 산발머리 하나랑, 그 산발머리가 좋아 죽는 바람돌이 꼬맹이랑 같이 살아.”

  “그게 뭐야.”

 

  그러면서도 남자의 이야기가 퍽 재밌는 모양인지 히카르도는 연신 남자의 말에 꺄르르, 웃었다.

 

  “형, 이름은 뭐야?”

  “…알고 싶어?”

  “응, 날 도와준 착한 형이니까.”

  “……. 루이스야, 루이스.”

 

  히카르도는 가만히 그 조그만 입으로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루이스는 말없이 그런 히카르도를 바라보았다. 과연 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도 나보고 착한 형, 이라며 말할 수 있을까. 루이스는 히카르도의 정수리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형 추워?”

  “아니.”

  “근데 손이 엄청 차갑네.”

 

  그 작은 두 손으로 루이스의 손을 꽉 쥐며 온기를 전해주는 아이의 모습에 루이스는 퍽,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호호 불어가며 얼른 따뜻해져라, 하는 히카르도에게 굳이 그래봤자 안 따뜻해져, 라며 어린아이의 환상을 부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곧 길의 끝이 다가옴을 느끼고 히카르도를 내려주었다. 반짝이며 빛이 나는 이 저승길의 입구이자 출구인 곳을 바라보던 히카르도가 가만히 루이스를 보자, 루이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로 들어가면,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상냥한 웃음과 어투로 히카르도를 달래주던 루이스는 히카르도의 손을 놓았다. 그러자 히카르도는 놓인 손과 루이스의 손을 번갈아 보며 다시 루이스의 손을 꽉 쥐었다.

 

  “또… 만날 수 있어?”

 

  한껏 기대를 품은 순수한 아이의 눈에 루이스의 방금까지 상냥했던 얼굴을 싹 지우고는 처음 히카르도를 만났을 때와 같은 서늘하기 짝이 없는 얼굴과 어투로 무심하게 말했다.

 

  “아니.”

 

  순식간에 바뀐 자신의 태도에 놀란 히카르도를 보며 루이스는 억지로 히카르도의 등을 출구로 밀었다. 출구 바로 앞에서 하염없이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를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며, 루이스는 아이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다시는 오지 마라.”

 

  이윽고 완전히 출구를 지난 히카르도는 꼭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이 들뜨는 기분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멀어져 가는 의식 속,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남자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까,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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