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게 부부사기단의 마수에 걸려든 듯 하다.

8월 8일에 2차 뛰러 갑니다 얏호








2.

두고 보라고 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니었는지 이단은 정말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마냥 브랜트의 손을 노리는데 정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브랜트가 전직 현장요원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 지금은 이것도 불행인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었다. 전직 현장요원 답게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제 손을 지켜내는 브랜트를 보며 지나가던 요원들이 박수를 치며 탄성을 자아냈지만 브랜트의 귀에는 다 비웃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부터 IMF 전 부서에 이 웃기지도 않는 내기가 다 펴졌는가. 뛰어난 분석요원의 판단이고 뭐고,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다. 언젠가 벤지가 아끼는 게임의 데이터를 모조리 리셋해버릴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음모를 품고 있는 브랜트의 눈빛이 흉흉해졌다. 어찌됐든 이게 다 망할 이단 헌트 때문이다. 서로 이 웃기지도 않는 짓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브랜트의 고집은 황소 고집보다 더 하다.

이단 헌트? 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3.

그 내기가 꽤 빨리 종결이 될 줄은 두 사람도 몰랐고, 아무도 몰랐다. 


꽤 오랜만에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라는 현장 임무를 받은 이단은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팀원들을 하나 둘씩 끌어들였고 그 안에는 브랜트도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벤지는 브랜트의 앞에서 반짝 반짝 작은별, 하는 노래를 부르며 두 손을 흔들어 보이는데 루터나 제인이 적당히 하라고 말리지 않았으면 아마 벤지의 얼굴이 꽤 보기 좋을 만큼 부어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이단은 브랜트의 손을 노리고 있었다. 솔직히 이쯤되면 이단도 포기할 법 했건만, 순전히 브랜트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인지 포기를 못하겠다. 이게 솔직한 이단의 심정이었다. 이런 이단의 솔직한 심정을 알면 브랜트는 그 날로 뒷목을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딱히 분석요원으로서의 할일이 별로 많지 않아 용의자들의 신상과 계획 등을 간단히 정리한 보고서를 팀원들에게 나누어주고 백업을 위해 후방에 머물러 있던 브랜트의 인이어로 꽤 고풍스러운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오늘 용의자들의 목표는 세계의 갑부들이 모이는 무도회였다. 꽤나 유명한 인사들만 모아 놓은지라 각국의 악명 높은 기관이나 부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굳이 IMF까지 나설 이유가 있나, 싶었으나 아직 신디케이트의 모든 세력을 잡아들인 것은 아니라 확인차 온 것이었다. 


한 두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일이 없어 슬슬 지루해지려던 찰나, 벤지가 입을 열었다.


- 그래서, 이단은 아직 미션 컴프리트를 하지 못한거야?

- 천하의 그 이단 헌트가.

"임무? 벤지, 무슨 소리야?"

- 뭐긴 뭐야. 특명 윌리엄 브랜트의 손 잡아보기, 지.

"...벤지."

- 그보다 이유나 물어보죠. 이단은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맞아. 왜 그래요?"

- 그러는 브랜트 너는 왜 그러는데?

"벤지, 너 누구 편이야."

- 나? 내 편.


그러자 루터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척 봐도 벤지는 이단 편이고, 제인은 브랜트의 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둘이 또 돈 내기라도 했겠지. 브랜트는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지만 별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몰라요."

- 뭐?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괜히-"

- 브랜트, 너 지금 어디야?

"나? 나야, 바로 백업 가능한 벤에 있는데?"

- 지금 당장 나와!


루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와 동시에 폭발음과 함께 벤의 문이 뜯겨 나가고 곧 총을 든 남자들이 문 앞에 우뚝 서서는 브랜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 브랜트!

- 브랜트, 대답해!

"...후."


이단만큼 어마어마할 정도로 뛰어난 현장 요원은 아니지만 윌리엄 브랜트가 누구인가. 그래도 꽤 유능한 요원이다. 빠르게 적을 훑은 브랜트는 그 수가 그닥 많지 않음을 파악했지만 섣불리 행동을 개시하지는 않았다. 일단 이 좁은 벤을 탈출하는 게 먼저다.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다리. 다리에 총을 맞으면 그 순간 끝이야. 그 무리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개를 까딱이며 벤에서 나오라는 신호를 했고 브랜트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천천히 벤의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래, 적어도 밖으로 나가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브랜트는 두 손을 든 채로 천천히 밖으로 나갔고 발이 지면에 닿은 순간 날아오는 발길질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 순간 어깨에 박힌 총알에 고통은 당연하다는 듯 찾아왔다.

젠장, 한 사람에 다섯은 너무한 거 아냐? 그런 브랜트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적들을 바라보며 브랜트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이단 헌트는 어디있지?"


가만, 이거 어디서 들어본 질문 같은데. 순간 스쳐지나가는 헌리의 목소리에 브랜트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진짜 웃긴단 말야. 왜 이 세상 사람들은 자신한테 이단 헌트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서 안달인가. 


"이단, 지금 어디있어요?"

- 정문이야.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게.

"방금 당신들이 벤의 문을 날려버린 덕분에 통신이 끊어졌는데, 이를 어쩌지?"


브랜트는 활짝 웃어보였다.




4.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벤지의 얼굴에 브랜트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마자 땡기는 피부에 어지간히 얻어 맞았나 보구나, 하며 벤지의 이름을 나즈막이 부르자 벤지가 호들갑을 떨며 브랜트의 이름을 외치는 덕분에 병실 밖에 있던 제인이나 루터가 서둘러 병실로 들어왔다.


"브랜트, 정신이 좀 들어?"

"안 아픈 곳이 없는 걸보니 살긴 산 것 같네요."

"어디까지 기억해?"


브랜트는 기억 저편,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을 떠올려보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는 우습게도 그 잘난 이단의 얼굴이라는 것 뿐이었다.


"이단이 온 것 까지는 기억 나요. 그 뒤로는 기절한 거 같은데."

"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네. 역시 우리 분석요원이야. 팔은 당분간 못 쓸거야. 네가 왼손잡이라 다행이지."


그 말에 브랜트는 얼굴을 돌려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그래, 제일 처음으로 총을 맞은 곳이지.


"그럼 당분간 서류에 파묻힐 일은 없겠네요. 잘 됐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거야?"

"뭐가요?"

"까딱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벤은 왜 지켜?"

"...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브랜트는 흐릿한 기억 속, 갖은 협벅과 폭력 속에서도 벤 앞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긴, 이 세상 최고의 멍청이상을 수상한다면 받을 수 있을만큼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브랜트에게는 그 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 속에는 자신 뿐만 아니라 현재 그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팀원들의 모든 신상 정보와 자신들의 계획 전문등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단은?"

"너도 이단 닮아가지마. 못들은 척 말 돌리기는. 아까까지 있다가 잠깐 자리를 비웠어. 곧 올거야."

"깨어났으니 다행이긴 한데, 좀 더 쉬도록 해. 우린 국장한테 잔소리 폭탄을 맞으러 가야 하거든."


정말로 싫다는 얼굴을 해보이는 벤지를 보며 브랜트가 푸흐, 웃자 그제야 벤지도 슬며시 웃어보였다. 푹 쉬라며 병실을 나간 세 사람을 보며 브랜트는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았다. 진짜로 살아있는 거겠지? 그보다, 그 상황에 들이 닥친 이단이 모든 사태를 수습했다는 이야기는 꽤 놀라웠다. 역시 이단 헌트는 뭔가가 달라도 조금 다른 사람인가봐. 혼자 수긍을 하던 찰나 병실의 문이 열리며 그 장본인이 들어왔다.


"왔어요?"

"깼다는 말을 들어서."


침대 옆 의자에 앉는 이단은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적잖이 당황했다. 혹시 그도 어디가 다친 것은 아닌지 싶어 물어보려던 찰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차가웠어."

"...네?"

"네 손, 차가웠다고."


아직도 그거에 연연하는 거냐고 장난스럽게 웃어 넘기기에는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의 말에 숨어있는 말을 알아챈 브랜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안 따뜻해요, 내 손."

"......"

"안 믿기면 만져 봐요."


그래요, 내가 졌어요. 브랜트는 붕대가 감겨 있지 않은 오른팔을 내밀어 이단의 손에 올려놓았다. 제 손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단의 손에 브랜트는 실없이 웃어보였다.


"그러는 당신 손이 더 따뜻하네요."

"...따뜻하네."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감싸며 손등에 살며시 입을 맞추는 이단을 보며 브랜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앞에도 썼지만 정말 훌륭하게 부부사기단이 펼치는 공작에 넘어가서... 이렇게 저렇게...

아무튼 브랜트 블랙 수트는 진리... 능력만 되면 이단이 브랜트 수트 벗겨먹는게 보고 싶지만... 짜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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