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브랜트를... 해쳐보고 싶었는데....(이하생략)





※ 모브x브랜트 요소 있음.






급하게 입을 부딪혀오는 남자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한채 허우적거리던 등 뒤로 벽이 닿았다. 제법 세게 부딪힌 덕에 아프다며 등이 비명을 질렀지만 지금 그건 전혀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라도 제 앞에 있는 남자의 턱을 주먹으로 갈기고 나서 바닥에 내려꽂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것이, 하필이면 이 남자가 오늘 자신에게 부여된 미션의 타겟이었기 때문에 브랜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언젠가 부자 한 번 내가 꼬셔보겠다고 했지. 근데 그건 그냥 장난이었다고!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도 못했고, 진짜로 그런 임무를 하달해줄지는 더욱 꿈에도 몰랐다. 이쯤되니 브랜트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브랜트가 완벽한 스트레잇이 아니라는 것도 한 몫했지만 이것은 브랜트의 개인 프라이버시니 넘어가도록 하자. 

미션은 미션이다. 자신의 취향을 들이밀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수긍하면서도 브랜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면 미친 척, 그냥 즐기던가. 브랜트는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호텔 방으로 올라오는 순간 통신은 끊긴 걸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귀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까! 브랜트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자신이 오늘 해야만 하는 일이 생방송으로 퍼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사지에 혼자만 덜렁 내몰린 꼴이니 마음 속이 엉망진창에 복잡하기만 했다. 표면적으로 꼬시는 일은 성공했으니 이제 그냥 자빠트리고 협박을 할까. 지금 당장 장부를 내놓지 않는다면 목을 꺽어버리겠어. 브랜트는 차라리 그러고 싶었다.


"왜 이렇게 얌전해? 아직도 내숭 떠는 거야?"


내숭은 누가 내숭을 떤다는 겁니까, 이 망할 고릴라야. 브랜트를 괴롭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타겟의 얼굴이었는데, 근래 꽤 많이 눈이 높아져 버린 스스로를 탓해야했다. 아니, 아니지. 이건 자신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를 탓해야했다.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완벽하게 생기래? 나 참. 지금 당장이라도 그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할 수 있지? 라고 묻던 얼굴이 떠오를 것 같아 브랜트는 딱 한번, 딱 한번만 이 악물고 임무에 동참해주기로 했다. 이번일이 끝나면 정신적 피해보상을 IMF에 정식으로 청구하는거야. 그거 좋네.


"그건 내가 할 말입니다. 이거 밖에 안 돼요?"


브랜트는 살며시 눈을 접어 웃으며 남자의 목에 팔을 걸었다. 입술이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다가간 브랜트가 혀를 내밀어 남자의 입술을 훑자 좋다며 자지러진 남자가 거칠게 브랜트의 몸을 끌고는 침대 위로 넘어트렸다.


"좋아요, 알았다고요. 급한 건 알겠는데, 천천히."

"이제야 좀 재밌게 구네."


차라리 그가 저런 대사를 내뱉기라도 하면 한 번만 더 해보라고 애원할지도 모르는데. 브랜트는 턱 끝까지 차오른 욕을 삼켜내려 애썼다. 넥타이를 벗어내기 위해 손을 얹자 남자가 쉬, 하며 브랜트의 손을 저지했다. 뭐라도 해볼거냐는 듯 쳐다보자, 그런 브랜트의 시선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인지 남자가 천천히 브랜트의 넥타이를 풀어냈다. 


"왜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게요?"

"싫어?"

"아뇨, 뭐."


브랜트는 혀를 차고 싶은 심정이었다. 리드하는 것과 정복하려 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대체적으로 이렇게 하나, 하나 제 손으로 벗겨내는 사람들 중 그다지 신사적인 놈들은 여럿 보지 못한 브랜트는 벌써부터 몸에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걸어나갈수나 있으려나 모르겠군. 다리는 바닥으로 떨어트린채 아슬아슬 침대 위에 걸쳐있는 브랜트를 한참이나 흘겨보던 남자가 브랜트의 손목을 꽉 쥐고서는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도망가지 말라는 듯 으르렁거리며 급하게 혀를 섞는 폼이 더 이상 인내심이라고는 쥐꼬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거칠게 퍼붓는 틈에 피할새도 없이 남자에게 맞추어 키스를 이어갈때쯤, 브랜트는 순간적으로 제 손을 압박하는 것을 느끼고서 고개를 비틀었다.


"이봐요, 조니. 억지로 하려 들지마요."

"색다르게 즐겨봐."

"하지 말-"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이렇게 소름끼치는 거였나. 브랜트는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설마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할 건 아니지? 이봐, 그건 여자랑 할 때도 완전 최악의 짓거리라고! 브랜트는 반항하듯 거칠게 팔을 휘둘러봤지만 넥타이로 단단하게 묶여버린 양손은 가볍게 그의 한 손에 밀려 침대위에 꼼짝없이 눌려있었다. 단숨에 바지를 한 번에 밑으로 내려버린 탓에 순식간에 서늘한 공기에 노출된 하반신 때문에 브랜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진짜- 놔, 놓으라고!"

"여기까지 와서 왜 그래?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너 같은 놈의 섹스 판타지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고! 오, 제발. 


"...빌어먹을."


안 쪽 허벅지에 닿은 남자의 손이 꼭 얼음장처럼 차가워 브랜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런 자신의 반응이 즐거운 모양인지 남자가 피식,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으려 들지 않았다. 브랜트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 당장 팔을 내려쳐 남자의 머리통에 직격을 퍼부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가만히 자신은 하나도 즐겁지 않은 판타지에 놀아나줘야 하는가. 망할 장부, 망할 리스트. 망할 테러리스트.

남자의 손이 브리프의 가장 끝에 닿은 순간 브랜트는 눈을 질끈 감았고, 그와 동시에 호텔의 방문이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은 브랜트는 다시 눈을 뜨고는 순식간에 묶여있는 두 팔로 남자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남자는 꽥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주저 앉았으며 브랜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임무가 끝났다고 말해줄래요."

"끝났어. 네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단숨에 몸을 일으킨 브랜트는 너덜너덜해진 문과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그를 번갈아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끔찍한 하루야. 브랜트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채로 묶여 있는 두 손을 가만히 내밀었다. 그래도 반항아닌 반항을 하긴 했으니 얼마나 꽉 잡혀 있었는지 조금 발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보며 브랜트는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서는 몇 대 더 갈겨주고 싶었지만 이미 임무는 끝났으니 이 곳에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빨리 집에가서 씻고 자는거야. 보고서는 개나 주라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는 탓에 브랜트는 무슨 일 있냐는 듯 그를 올려다봤다.


"이단? 이것 좀 풀어달라고요."


그래야 바지를 올리든 뭘 하든 할 거 아니냐고. 이 인간은 오늘 또 왜 이래. 한참이나 미동이 없는 그를 보며 또 한번의 한숨을 내쉰 브랜트는 어영부영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굉장히 웃긴 폼으로 바지를 집어 올렸다. 뒤로 묶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지. 그랬으면 진짜 그건, 어우. 그러나 브랜트의 행동은 버클을 다 채우기도 전에 자신의 팔을 있는 힘껏 끌어당기는 힘에 멈추었다.


"이단?"


브랜트는 그제야 자신과 눈을 맞추는 이단을 보고 나서야 뒷말을 말끔하게 삼켜버렸다. 왜 화난거야? 지금 화를 내야 하는 사람은 나 아냐? 


"이봐요, 이단. 진정해요. 화내지 말고 침착하게."

"...후."

"어때요, 효과가 좀 있죠?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 이 방에서 나가-"

"브랜트."

"......"

"시끄러워."


우악스럽게 제 턱을 잡아 올린 이단 덕에 절로 입을 다물게 된 브랜트는 곧 이어진 그의 키스에 속수무책으로 입을 열어주었다. 방금 전의 남자와 한 것은 비교도 안 될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행동에 브랜트는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 힘을 주어 그의 가슴팍을 때려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탓에 브랜트는 억지로 아주 긴 입맞춤을 선물로 받아야만 했다.


"...여기서 이러고 싶어요?"

"화 나잖아."

"거기서 그런 말 하면 반칙인 거 알고 그러는 거죠, 지금."


평소의 그답지 않게 조금이지만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굴지 못하는 모습에 브랜트는 무심코 크게 웃고 싶은 것을 애써 눌러 담았다. 대신 브랜트는 아주 짧지만 부러 쪽, 소리가 나도록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 뒤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죠."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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