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였다. 이단은 새빨개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덜덜 떨었다. 바로 옆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루터의 목소리가 마치 저 먼 곳에서 부르는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손가락 끝이 새하얗게 질렸다는 것이 느껴짐에도 자신의 손은 한 없이 붉었다. 이단은 그게 차라리 자신의 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급하게 브랜트의 이름을 부르는 벤지의 목소리에 퍼뜩, 자리에서 일어난 이단은 그대로 제인에게 뺨을 세게 얻어맞았다. 있는 힘껏 친 덕분에 확 돌아간 고개가, 얻어맞은 뺨이 얼얼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단은 오히려 제인에게 고마워해야할 지경이었다. 빠르게 현실로 돌아온 이단은 말까지 더듬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브랜트는..."


그제야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왔음을 인지한 모양인지 제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루터는 복잡한 심경이 다 드러나는 얼굴로 이단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무사하길 빌자고."


이단은 루터의 말이 마치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선고 같았다.





이단 헌트와 윌리엄 브랜트는 연인사이 이다. 아니, 어쩌면 연인사이 였다, 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이단과 브랜트는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단순한 우상이나 동경, 혹은 동정심 같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똑똑했다. 아주 조금은, 서로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브랜트는 이단에 대한 동경심을, 이단은 브랜트에 대한 동정심을.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전부 연애감정이라는 이름 아래, 빠르게 뭉쳤다. 마치 원래 그렇게 느꼈어야 했다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단은 브랜트에게 고백한 날을 인생에서 제일 부끄러운 날,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연애감정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지만 그 다음은 어려웠다. 브랜트가 무엇을 좋아하더라, 무엇을 싫어하더라. 이단은 자신이 꼭 이십 대 청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너무 서툴고, 모자라보였다. 새삼 브랜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큰 지 깨달았다. 결국 이단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멍청한 짓을 했다. 줄리아에게도 해주지 않았던, 커다란 꽃다발을 그에게 주었다. 그것도 아주 새하얀 장미 꽃다발을. 아주 조금이지만 이단은 자신이 멍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하필 그 꽃다발을 넘기는 타이밍에 브랜트가 다른 팀원들이랑 같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아니, 이건 순전히 이단의 계산 실수다. - 기겁을 하며 숨을 들이키던것은 벤지였고 세상에, 하며 탄성을 내뱉은 것은 제인이었다. 루터는 항상 그러했듯 오, 보이! 하면서 비죽였다. 이단은 숨을 죽이고는 브랜트를 바라보았다. 터지기 3초 전의 핵폭탄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떨렸다. 브랜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내민 꽃다발 속에서 가장 탐스러워 보이는 꽃 한 송이를 뽑아 들었다. 새하얀 장미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브랜트를 보며 이단은 당장이라도 브랜트에게 키스를 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제인은 브랜트가 그렇게 로맨티스트처럼 굴 줄 몰랐다며 순수하게 감탄했고, 벤지는 얼이 빠진 채로 이단과 브랜트를 번갈아 보았다. 


그렇게 이단 헌트와 윌리엄 브랜트는 연인사이가 되었다.


불 같이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이단이나 브랜트나 살아온 삶이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 멀어 그런 것이리라. 둘 다 성격이 뒤 끝 없이 털털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떼어 놓고 보면 물과 기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단과 브랜트의 성격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3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그 흔한 사랑 싸움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미션을 수행하던 도중 치고받느라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어쩌면 둘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 흔한 사랑 싸움이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브랜트에 대한 감정이 식은 것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다가도, 브랜트가 없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순간이 생기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권태기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단 헌트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권태기라는 것을 맞이하기도 전에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는 서툴기 그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혹은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려 안일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됐든, 그 과정은 중요치 않았다. 서로를 잘 안다고 자부했던 만큼, 한 번 삐끗한 톱니바퀴는 제대로 맞물리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았다. 단지 아주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말할 수 있었으나,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며 겪는 일을, 이들이라고 완벽하게 피해가지는 못했다.





"브랜트는...?"


이단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막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에게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수도 있었다. 그가 브랜트를 멀쩡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이단은 씻지도 못한 새빨간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물었다. 


"당신들의 사전에 기적이라는 단어가 있을 지 모르겠군요."


그 누구보다 힘든 수술을 마친 그였지만,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를 보며 벤지는 탄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벤지의 어깨를 감싸는 제인을 보며 이단은 아주 긴 숨을 내뱉었다. 이단은 그제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브랜트의 피로 물든 새빨간 손이 지독하게도 싫었다.


이단은 하루종일 브랜트의 병실에만 있었다. 그가 식사를 하는 지, 잠을 자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하루 종일 브랜트의 침대 곁에 붙어있었다. 규칙적인 기계의 소리가 거슬렸지만 그것만이 유일하게 브랜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터라 불평도 하지 못했다. 이단은 하루라도 빨리 브랜트가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랜트가 눈을 뜬다면,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얼마든지 그에게 자신이 어리석었노라 고백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낯간지러운 말도 잔뜩 읊어줄 수 있었다. 이단은 확신했다. 자신은 그가 없이는 절대로 멀쩡히 걸어다닐 수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


이른 새벽, 브랜트는 기적같이 눈을 떴다. 이단은 당장이라도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심스럽게 브랜트의 차가운 손을 쥐며 브랜트를 바라본 이단은 곧 전신을 뒤덮은 위화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브랜트의 눈이, 그의 시선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브랜트의 시선은 마치 이단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의 범주에 넣고 있었다. 하다못해 달리던 벤 안에서 처음 그와 만났을 때보다 더욱 낯선 그 시선은, 이단의 심장을 저 바닥 끝까지 떨구었다.


"누굽니까, 당신?"


이단은 결코 이런식으로 다시 브랜트에게 사랑한다, 속삭여주리라 다짐한 것이 아니었다.





브랜트는 거의 6년 가까이 되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몸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호전적이었고, 금방 퇴원 조치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모두가 알고 있던 윌리엄 브랜트가 아니었다. 그는 크로아티아는 물론이고, 이단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 당신이 IMF의 그 유명한 현장요원이군요.', 가 전부였다. 벤지는 그런 브랜트를 붙잡고 차근차근 브랜트가 기억해야할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꼭,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너랑 이단은..."

"파트너."

"...네?"

"파트너였어. 넌 훌륭한 요원이었어. 유능했지. 그래서 내 등 뒤는 전적으로 너에게 맡겼어."


이단은 벤지의 얼굴에 서린 안타까움을 애써 모른척했다. 브랜트는 굉장히 의외라는 얼굴을 하며 이단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흡사, 최고의 현장요원에게 칭찬을 받아 기쁜 표정이었다. 이단의 얼굴에 한 순간 서글픔이 서렸다. 이단은 내심 브랜트가 왜 자신과의 관계를 부정하냐며 화를 내주길 바랬다. 그러나 이단은 그것이 자신의 커다란 욕심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만 했다.


이단의 말처럼, 브랜트는 실로 유능한 요원이었다. 그는 금방 병원에서 퇴원했고, 그 흔한 재활치료도 없이 다시 IMF로 출근했다. 그것을 뜯어말린 것은 벤지였지만 자신의 곁에 꼭 붙어있겠노라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브랜트의 출근을 허락했다. 이단은 언제부터 벤지가 브랜트의 행동에 대한 허락을 내릴 수 있게 됐는가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어쩌다 병원에 누워있게 된 거예요?"


벤지는 그 주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티를 팍팍 냈고, 그 주제는 실제로도 입 밖으로 내기 어려웠다. 이단은 그 날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요 며칠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원래대로라면 침대에 누워있었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이단 헌트가 기억하는 윌리엄 브랜트는 그 마지막까지 이단을 지켰다. 생각해보면 그를 지켜주겠노라 다짐을 한 것은 자신이었지만, 항상 보호를 받던 것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날, 지켜줬어."

"제가요?"

"그래, 나 대신."


브랜트는 자신이 왜 그랬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듯 했지만, 금방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제인은 이단에게 정말로 이대로 계속 숨길 생각이냐며 물었지만 솔직히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확신할 수 없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눈 앞에 있는 브랜트는, 브랜트인데. 이상하게 그의 품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만약, 또, 다시. 이단은 무척이나 한심해져버린 겁쟁이를 쫓아내려 애썼다.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무색할 정도로 이단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훈련을 받아온 아주 유능한 요원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브랜트는 빠르게 IMF에 녹아들었고 이제는 모두가 언제 브랜트에게 사고가 있었냐는 듯 굴었다. 비록 브랜트가 잃어버린 6년간의 일은 무의식적으로 자제하는 버릇이 생겼지만 말이다. 





헉헉, 턱 끝까지 찬 숨을 고르며 브랜트는 가만히 이단의 등에 자신의 등을 기댔다. 이단은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무척이나 침착해서, 한치의 떨림도 없는 그 든든한 등이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안심시켜주는 것 같았다. 브랜트는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든든하네."

"뭐가?"

"당신이 있으면 그래."


브랜트는 쥐고 있던 총에 실탄을 다시 채워넣으며 꽤나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봤는데."

"또, 뭐?"

"내가 목숨을 내던질 정도면, 당신이 정말로 유능하거나 내가 정말로 당신을 존경한다거나, 뭐 그런거였겠지?"


이단은 순간 모든 세상이 스위치를 꺼 버린 듯, 그 넓고 어두운 세상에 덩그라니 홀로 놓여진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미련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만 방심하면 뚝뚝 흘러나올 것 같은 브랜트의 대한 감정은 이제 더 이상 혼자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줄리아를 떠나 보냈을 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두 번째라서, 한 번 겪었으니까 덜 아플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하얀 장미 한 송이의 꽃말을 알아?"

"뭐?"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뜬금없는 소리람. 브랜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단을 바라보았다. 이단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르면 검색해봐.





브랜트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사고가 난 이후로, 브랜트는 6년간의 기억을 읽어버린 흔한 말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였다. 그러나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6년간,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었나? 얼핏 듣거나, 살펴본 자료들에 의하면 윌리엄 브랜트는 지난 6년간 아주 바쁘게 뛰어다녔다. 벤지에게서 핵전쟁을 막은 적도 있어,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무슨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벅찼다. 초조함의 일종인 것 같은 위화감에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그 시점은 정확히 며칠 전 이단에게서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을 때 부터다. 브랜트의 눈에 비친 이단은 정말 그 이름도 유명한 '이단 헌트'였다. 내가 그를 위해 내 목숨도 던졌다고? 브랜트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나 꽤 오랜 시간을 그의 곁에 머물러본 결과 그럴 수도 있겠다, 라며 무심코 수긍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얀 장미의 꽃말이라. 그것도 한 송이. 브랜트는 무심코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꽃병에 시선이 갔다. 대체 언제 받은 건지도 모르는 새하얀 장미꽃 한 송이가 꽂혀있는 꽃병이,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꽃병을 집기위해 일어선 순간, 잘못 누른 모양인지 꺼져버리는 TV를 보며 브랜트는 있는 힘껏 꽃병을 손으로 쳐냈다. 살벌한 소리를 내며 부서진 꽃병에서 흘러나온 물이 발을 축축하게 적셨지만 브랜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깨진 유리조각이 손에 스치든, 박히든 상관 없이 바닥에서 하얀 장미를 집어낸 브랜트는 깜깜해진 TV를 바라보았다. 


왜 그랬지? 브랜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평소와 같이 회의실로 들어선 이단은 평소와 다르게 잔뜩 날이 선 분위기가 피부를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이 마주친 벤지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이단을 보며 억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벌렸다. 


"벤지."

"으, 응."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줄래?"

"어, 어! 그래!"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후다닥 회의실을 나가버리는 벤지를 보며 이단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브랜트에게 다가갔다. 타이밍 좋게 자신을 돌아보는 브랜트를 보며 이단은 말 그대로 숨이 막혔다. 그런 이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브랜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단에게 다가왔다. 드물게 느껴지는 살기에 이단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 날 이후로 쓸데없는 기대심은 스스로를 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기대를 품으면 실망감도 큰 법이다. 그랬기에, 이단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그랬는데, 그래야만 했는데-


"내가-"


브랜트는 감정에 복 받친 듯 분노가 잔뜩 녹아든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싫었으면,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그랬어."


터질듯한 감정을 겨우, 겨우 억누르며 비명을 지르듯 말하는 브랜트를 보며 이단은 눈 앞에 놓인 상황이 현실임을 자각했다. 뭐라 더 말을 하려는 그의 팔을 잡아 당기고는 품 안에 으스러지듯 안았다. 브랜트는 놓으라는 말도, 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단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두 팔이 허공에 맴돌았다. 차마 그의 등을 마주 안지 못한채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브랜트는 이단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지 깨달은 순간, 이단의 등을 마주 안았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새하얀 장미 한 송이의 꽃말. 브랜트가 이단의 고백에 대답했던 말. 혹시라도 시들어버릴까 온갖 방법을 써가며 시들지 않게 보관해둔 꽃 한 송이.


"다시는, 잊어버리지 마."


지난 몇 달간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이단의 말에 브랜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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