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흥미가 없을 뿐, 이라고…… 우겼지만 그래, 안다. 그게 바로 사랑을 모르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리드는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별 문제가 될 거라고는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주는 거나 받는 것은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일 뿐, 딱히 무리하여 하지 않아도 되는 것쯤으로 치부하고 있었으니.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에 세상일은 너무나도 험하고 지치는 일투성이였다. 머리 아픈 일을 굳이 하나 더 늘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리드에게 있어 그녀는 최초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사랑’이었다.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기는 해요?”

 

그래서 상냥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차마 더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구구절절하게 당신만이 나에게는 사랑이었어요, 라고 나름의 로맨틱한 고백을 한 번 더 해볼 법도 하건만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리드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분명 사랑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여겨왔다. 그러나 그것을 대놓고 앞에서 부정하는 물음에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던 탓이리라.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친구처럼, 직장동료처럼. 물론 그것도 사랑이에요. 사랑의 한 종류죠. 그렇지만 리드,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사랑은 달라요.”

“다르군요.

“네, 다르죠.”

 

그래, 그것은 그녀의 말이 백번 옳았다. 리드는 다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더불어 사랑을 받는 방법도 몰랐다. 구태여 그것을 구걸하지도, 요청한 적도 없이 더욱 그랬다. 항상 감정보다 빠른 이성은 이럴 때도 빠르게 다시금 자리를 잡는다. 리드는 그 순간에서조차도 그녀에게 해야 할 마지막 말을 고민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정말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요.”

“…저도 그래요, 라고 하면 안 되는 거겠죠?”

“안 될 이유는 없죠. 리드, 당신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리드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금 깨달았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요.”

 

그녀와의 이별은 아쉽고도 슬프지만 그녀를 더 이상 붙잡아놓을 이유도, 재간도 없었다. 리드는 그렇게 첫 번째 사랑을 겪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그녀와의 이별이 진심으로 아쉽고 슬프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빠르게 자신의 안에서 잊혀지고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리드는 자신에게 두 번째 사랑이 그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아마 그것은 그녀도 모르지 않았을까.

 

리드가 지향하고 있는 ‘사랑’의 방향은 남들에게는 ‘사랑’이라고 인식되기가 조금 어려운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과의 그 어떠한 관계보다도 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게 리드의 사랑이었다.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조금 더 관심 있게 들어줄 사람. 옆에 같이 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더 찾으려 의식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가 자신에게 먼저 말해주기 전까지만 해도 리드는 그가 자신에게 있어 그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다.

 

“그런 관계는 사랑이 아닌 걸까요?”

“글쎄. 그건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어?”

 

홧김이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그라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한 번에 알아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밑바탕이 된 행동이었다.

 

“하치는 어떨 거 같아요?”

“사랑이라고 생각해.”

 

이 사건의 범인은 바로 그 혹은 그녀야, 라고 말하듯 평소의 그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태도와 목소리에 리드는 순간 찬물에 뒤집어 쓰인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떡해요?”

“뭐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리드는 차마 거기까지는 말할 수 없어 그저 입을 일자로 꾹 다물 뿐이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의 파도가 너무 거세게만 느껴졌다. 리드는 서둘러 하치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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