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서 뛸 때만큼은, 그 때만큼은 토마스는 이 세상 누구보다 자유롭다고 느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로에 갇힌 주제에, 그런 사실과는 상관없이 미로 안을 뛰어다닐 때는 그 어떤 사람보다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은 소년이었다. 딱 그 나이 소년의 모습에 맞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었고, 해보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꼭 해야만 하는 성미를 가진 소년이었다. 그가 우기고 우겨 러너가 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토마스에게는 또 다른 흥밋거리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민호였다.

 

  “…뒤통수 뚫리겠거든?”

  “아, 미안.”

 

  토마스는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그런 토마스의 시선이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민호는 끈질기게 붙어먹는 소년의 시선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할 말이 있냐는 자신의 말에 딱히 없다며 고개를 젓는 토마스의 멱살을 쥐고 서너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거? 딱히 없는데.”

  “그럼 사람 좀 그만 쳐다봐, 기분 이상하다고.”

  “내가 그렇게 쳐다봤어?”

 

  민호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호기심이 왕성한 십대 소년의 면모와는 다르게, 어느 구석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마스는 은근히 막돼먹은 꼬마 녀석의 심보도 가지고 있었다. 딱히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기에 민호도 넌지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 그쳤지, 뭘 더 어쩌랴 싶은 것은 아니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아이들이 알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로, 사실 토마스와 민호의 관계는 그다지 얕지만은 않았다. 민호는 토마스가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악한 녀석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마스는 민호에게 있어 여러가지 의미로 골머리를 썩히게 만드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둘 밖에 없는 미로 안에서의 일을 들 수 있었다.

 

  “이봐, 민호.”

  “왜.”

  “여기 녀석들은… 그, 어떻게 처리해?”

  “…….”

 

  뛰던 발걸음을 멈춘 민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혹은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는 짐짓 굳은 표정을 지으며 토마스를 돌아보았다. 이제껏 신입들이 멍청하고 어이없는 짓을 굴 때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뭘 어떻게 처리해. 여기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역시….”

  “역시는 뭘 역시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뛰어.”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뭐.”

  “키스해도 돼?”

  “뭐야?”

 

  순식간에 미로의 벽으로 밀려난 민호의 등이 평탄치 못한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미묘하게 위에 머문 시선이, 눈동자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이상했고, 묘하게 긴장감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미친 새끼가 뭐라는 거야, 저리 꺼져.]”

  “그렇게 말해도 난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괜찮은 거지? 그치?”

  “뭘 괜찮아! 웃기지 말고 저리 꺼…!”

 

  잠시의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서툴게 부딪혀온 입술은 그렇게 민호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억지로 벌어진 입 사이로 어색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능청스러운 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콱 혀를 깨물어버릴까 생각했다가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혀놀림에 괜히 승부욕이 불타오른 민호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고개를 돌리는 쪽이 지는 거다. 민호는 속으로 온갖 욕을 곱씹으며 토마스의 목에 팔을 둘렀다. 생각해보니, 뺀 지 꽤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부딪혀 오면 참 곤란한 일이었다.

  

  “…….”

  “…발정 났냐.”

  “그렇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런 걸 물어봐?”

  “그러게, 물어본 내가 똘추지.”

  “미로 닫힐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미쳤지, 신입. 진짜로 돌았지?”

  “아, 왜. 낮에는 그리버도 잘 안 돌아다니잖아.”

  “이 새끼가 몇 번 미로 왔다 갔다 했다고 여기가 제 집 같은 모양인데 정말로 네 집으로 만들어줄까?”

 

  민호의 거친 말투에 토마스가 싱긋 웃더니 민호의 얼굴 옆 벽을 손바닥으로 짚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나 좀 봐주라, 민호.”


  이러니까 골치 아프다는 거다. 특히 이번 신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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