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바튼 의 연성 키워드
::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사랑스럽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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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스티브는 처음 바튼에게 고백했던 날을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데에는 이골이 났다. 그것은 다른 말로 이젠 기다림을 참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적어도 스티브 로저스에게는 말이다.
처음 바튼에게 가졌던 감정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런 감정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지낸 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스티브는 자신에게 있어 '사랑'이라 정의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 고혹적이고 아름다웠던 그녀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혹은 자신이 얼마만큼이나 사람 사이의 애정에 목마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순간 스티브는 참지 않았다.
"바튼."
"네, 캡."
스티브는 그의 입에서 호명된 자신의 호칭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 했다. 캡틴, 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었지만 그것 마저도 '캡'이라 짧게 줄여 부르는 것은 순전히 귀찮음의 표현인지, 아니면 아주 조금이라도 애정이 담긴 호칭인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지 말이다. 바튼은 그 짧은 찰나 스티브의 얼굴에 지나친 수십개의 표정을 다 읽지 못했다. 그저 전투가 막 시작하기 전의 것과 같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의 표정에 덩달아 자신의 어깨도 굳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
"자네를."
"...네?"
"좋아하는 것 같네."
스티브? 바튼은 정말 답지않게 멍청한 얼굴로 되물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어쨌든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사실 바튼이 스티브가 고백했던 그 날 바로 고백을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백을 한 스티브는 얼마나 멍청하게 고백을 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바튼은 스티브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새겨들어야 했기에 부끄러워했다. 오죽하면 토니가 두 사람을 발견하자 마자 서로 싸우기라도 했냐는 말까지 했었다. 대충 토니를 얼른 쫓아낸 바튼은 스티브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한참이나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스티브는 한참이나 붉어진 얼굴로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변명을 생각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머리와 달리, 스티브는 오늘 바튼의 앞에서 못 볼꼴은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 아니. 미안하네. 내가 자네를, 그...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러니까 단순히 호감의 의미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이렇게 볼품없이 고백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신경쓰지 말게. 난 자네를 곤란하게 만드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티브."
캡, 혹은 캡틴. 그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린 것은 거진 처음있는 일이라 스티브의 얼굴은 또 다른 표정을 띄었다. 바튼은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그것이 거절의 의미인지 승낙의 의미인지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었다.
"하루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무척이나 담담한 그의 제안에 스티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 결과적으로, 스티브와 바튼은 연인이 됐다.
▣
스티브와 바튼. 바튼과 스티브는 무척이나 닮은 구석이 많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둘은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연애 사실을 어벤져스 외 다른 모두에게 숨기는데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다. (사실 스티브는 조금 불만이 있었지만 바튼을 생각해서 참았다.) 그러나 은연중에 스티브의 눈길이 바튼이 있는 곳에 닿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은 나타샤에게 처음으로 들킨 날, 스티브는 웃고 있었고 바튼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스티브는 그 때도 조금 서운해했다. 왠지 모르게 나타샤가 있어야만 아주 조금 더 솔직해지는 바튼이 섭섭했고, 자신과의 연애사실을 나타샤에게 들킨것이 그렇게 싫은 것인지 하는 부분에 대해 서운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 스티브의 삽질과 마찬가지였다.
"아주 좋아 죽겠다는 얼굴이네, 클린트."
"냇..."
"걱정 마세요, 스티브. 이 녀석은 단순히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요. 하, 웃겨."
"...냇."
그러니까 나타샤의 이야기에 따르면 단지 바튼은 자신들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싫었다기 보다는 부끄러워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티브는 그 날 사랑스러운 연인의 옆에서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자신이 그에게 빠질 수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바튼은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그런 편이었다. 웬만한 다른 일에는 토니 뺨 치는 능청스러움을 뽐내다가도 이야기의 주제가 자신에게로 향하면 한 없이 조용해지는 사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농담도 잘 하고, 입도 꽤 험한 편이라 가끔은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바튼은 항상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스티브에게는 사과를 하곤 했다.
스티브는 한참 회의중인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작전을 설명하고 있는 바튼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일을 잘 하는 남자는 굉장히 멋있다고 했던가. 딱 그 짝이었다. 스티브는 바튼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고, 그의 능력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찬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바튼의 능력을 높이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쉽게 바튼에게 임무에 대한 주제는 대화에 올리지 않았다. 그것도 어찌보면 둘 사이에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것이었다.
"캡틴?"
한참 작전의 진입 경로와 함께 퇴로를 같이 설명하고 있던 바튼이 자신의 위치를 지정하며 괜찮겠습니까, 하며 동의를 구하기 위해 스티브를 불렀다. 그러자 놀랍도록 딱 마주친 시선에 바튼은 스티브가 살며시 웃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클린트."
스티브의 말에 토니와 배너는 단숨에 바튼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이제껏 바튼이 자신의 이름을 허락한 상대라고는 나타샤가 전부라고 알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나타샤는 그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웃겨 당장이라도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담았다. 사실 놀란 것은 바튼도 마찬가지였다. 스티브는 딱히 바튼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가끔, 아주 가끔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나?'하면서 종종 물었을 뿐이지 자신이 괜찮다는 허락을 내렸음에도 그는 한동안 자신의 이름을 부른적이 없었다.
"내 이름을 불러주겠나?"
이게 무슨 소리야, 토니가 놀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달아오른 바튼의 얼굴과는 다르게, 스티브는 활짝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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