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 뉴트 x 연상 민호

* 뉴트 성은 편의상 브로디. 개인적으로 생스터도 예쁘지만 뉴트 브로디라는 이름이 참 예쁜 거 같아서욥...

* 한국 학력 기준()






새벽 같이 일어난 뉴트는 벌써 일어났냐는 엄마의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 할일을 하느라 집 안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어제 얼굴에 올리고 잤던 팩이 바짝 말라 퍼석,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돌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뉴트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어제까지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던 콧등에 난 새빨간 뾰루지가 거짓말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뉴트의 기분은 이미 하늘을 뚫고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이 무슨날인데. 그런 흉한 꼴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샤워를 끝마치고 - 그래도 평소보다 세 배는 더 열심히 씻었다. - 팩을 하나 얼굴에 더 올린 뉴트는 어제 밤부터 한 쪽에 고이 모셔두었던 정장을 침대위에 펼쳐보였다. 먼지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수트에 뉴트의 눈이 반짝였다. 오늘을 위해, 오늘만을 위해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 마련한 것이다. 새하얀 자켓, 새하얀 바지, 새하얀 조끼에 그것만큼이나 새하얀 와이셔츠 사이로 비죽 튀어나와있는 검은색 넥타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얘는 무슨. 대체 어떤 여자아이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여자아이? 아니지, 엄마. 난 태어나서부터 점 찍어 놓은 사람이 한 사람 밖에 없다고."

"못 말린다,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민호나 민호 엄마 얼굴 보기가 얼마나 민망한 줄 아니?"

"-아, 왜."


말은 퉁명스럽게 하면서도 정성스레 뉴트의 얼굴에 크림을 발라주는 어머니의 다정한 손길에 뉴트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짝,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때리는 그 매서운 손길에 뉴트는 찔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 엄마!"

"어유, 고소해."

"금쪽같은 아들 얼굴에 생채기 나면 어쩌려고!"


그 말을 하자마자 얼굴에 쏟아지는 옷가지들에 파묻힐 뻔한 뉴트는 한 번 익살스럽게 웃어보이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몸에 딱 맞춘 듯 완벽하게 들어맞는 핏에 뉴트는 거울을 보며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아들이 왕자병만 좀 없으면 정말로 완벽할텐데."

"어때?"

"좋아, 최고야."

"그럼, 그래야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브로디 여사의 아드님인데."


얼씨구, 기가차다는 듯 웃어보인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뉴트는 얌전히 침대 위에 앉았다. 아직 파티가 시작하려면 시간이 한참 남기는 했다. 뉴트는 초조하면서도 긴장되고, 동시에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대망의 프롬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뉴트의 졸업을 축하하는 파티. 물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오늘은 뉴트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날인 것이다. 괜히 몰려오는 긴장감에 자꾸 넥타이를 만지작 거리는 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민호, 와주겠지. 와줄까? 와줬으면 좋겠는데.


프롬 파티라 하믄, 물론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유일하게 먹고 마시는 것이 허락되는 날임과 동시에, 모두가 있는 곳에 자신의 짝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게 뭐냐고 예의 '어른들'은 헛웃음을 칠 지 몰라도 딱 뉴트 나이의 십대들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자리라는 것이다. 그간 여러 자리에서 하나 같이 옆구리에 애인을 끼고 와서는 자랑질이나 해대는 친구들 사이에서 뉴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뉴트의 짝은 뉴트보다 나이가 많은, 예의 그 '어른'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아주 특별한 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뭐가 특별하냐면 그 애인이 남자 애인이라는 것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물론 뉴트도 할 수만 있다면 그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제 것이라고 온 동네 방네 소문을 내고 싶었지만, 그는 어른이었고 뉴트는 아직 십대였다. 

'학교'라는 사회 생활도 겉돌기 시작하면 무척이나 힘들어지는 것이 그 '사회 생활'이라는 것인데, 뉴트는 그에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욕심이 너무 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뉴트는 욕심을 내보고 싶었다. 드디어 십대에서 벗어나는 첫 관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뉴트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기에.


"뉴트, 가자."

"아, 응!"


뉴트는 여전히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하는 제 자신을 이끌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



"세상에, 뉴트! 너 오늘 완전 최고야!"

"그런 말은 애인한테 해주는 게 어때, 트리샤?"

"시끄러워, 토마스."


와, 진짜 너무하네. 토마스는 고개를 저으며 뉴트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쳤다. 뉴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토마스의 어깨에 자신도 팔을 올렸지만 시선은 아까부터 계속 파티장의 입구를 보고 있었다. 그런 뉴트의 시선을 느낀 토마스가 뉴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괜찮아, 3학년들 무대는 맨 나중이잖아. 근데, 확실히 오기로 한거야?"

"...사실, 모르겠어."

"뭐?"

"그야 오늘 프롬 파티 있다고 한 달 전부터 얘기하긴 했는데, 막상 어제 일 때문에 못 만나서..."


뉴트는 의기소침한 표정과 목소리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그런 뉴트의 모습에 토마스는 어, 음, 하는 말을 반복할 뿐 딱히 무어라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종잡을 수 조차 없었다. 사실 뉴트의 베스트 프렌드인 토마스조차, 뉴트의 애인인 민호라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뉴트가 은근슬쩍 자랑하듯 토마스에게만 보여준 사진이 전부였다. 애초에 뉴트가 남자 애인을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토마스를 포함해봤자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뭐, 혹시라도 못 오면 내가 대신 춤 춰줄게."

"뭐? 푸하, 말이라도 고맙네. 네 애인이나 챙기세요."

"내 애인은 다른 놈이랑 춤 춘다."

"너희 사귀는 거 맞냐?"

"아마."

"저런."

"괜찮아, 그래도 마지막 엔딩은 우리 거 거든."


뉴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트리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 토마스의 뒷 모습을 보며 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엔딩, 내가 가지고 싶은데. 뉴트의 목적이자 프롬 파티의 진면목이며 모든 커플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 간단하게 말하자면 졸업생인 3학년들 중 가장 돋보이는 커플이 제일 먼저 파티장의 문을 나서며 지나갈 수 있는 명예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실 지금 가장 유력한 커플은 토마스와 트리샤인 건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학교 공식 커플이라고 소문이 자자할 정도인데, 토마스가 자신 만만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뉴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민호와 만나기 전까지는.

얼른 트리샤의 곁으로 다가간 토마스는 예의 그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트리샤의 허리에 팔을 감고 있던 남자의 발등을 구두굽으로 찍어내렸다. 차마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남학생을 보며 멀리서 바라보던 뉴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트리샤의 옆을 꿰차며 중앙 홀로 나간 토마스는 능숙하게 트리샤를 에스코트했다. 


"....."


어느덧 시간은 흘러 드디어 졸업생의 차례가 왔다. 다소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이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며 순식간의 파티장의 분위기가 변했다. 너도나도 화려한 옷자락을 자랑하며 자신의 파트너의 손을 잡고 중앙 홀로 향하는 것을 보며 뉴트는 아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무리였을까.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뉴트는 그 무엇보다도 민호의 사정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빛나는 것은 토마스와 트리샤였다. 중앙 홀의 정 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두 사람을 보며 뉴트는 혼자 가볍게 와인잔을 허공에 흔들며 건배를 했다. 


"이상하다, 이 학교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은 너라며?"


미치도록 듣고 싶었던 그의 목소리에 뉴트는 한 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에 서둘러 뒤를 돌아봤다. 그 곳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그가, 민호가 있었다. 뉴트와 짝을 이루듯 깔끔한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고, 유난히 튀는 새하얀 넥타이를 하고 있는 그가.


"그런데 왜 여기 있을까?"

"파트너 없이 혼자 춤 추는 사람이 어디있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이봐요, 민호씨. 그 쪽 진짜 늦었거든요, 그것도 엄청."

"으음, 미안. 진짜 미안. 늦잠잤어."


뭐?! 한순간 경악을 띄는 뉴트의 표정에 민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늦잠을 잔 건 어느정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늦을 정도로 자진 않았다. 비록, 오늘 하루 회사를 빠지기 위해 어제 오늘일을 어제 몰아서 하느라 밤을 꼴딱 세고 와서 피부고 뭐고 가장 최고의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봐주라, 이틀치 일 다하고 왔단 말이야."

"...무리했어?"

"조금? 그치만 오늘 빠질 수는 없잖아. 네 프롬 파티인데."

"그럼, 늦은 만큼 잘 해야 해? 저기서 춤추는 저 잘난 것들 찍어 누를 수 있을 만큼."

"음, 저기 보이는 토마스 말하는거 맞지?"

"이 프롬 파티의 엔딩은, 우리 거야."


뉴트는 최고로 자신감에 가득찬 미소를 지어보이며 민호의 손을 붙잡고는 홀로 달려나갔다. 갑작스러운 뉴트의 등장에 환호 반, 술렁거림 반이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섞여 나왔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 챈 민호가 조금 애매한 표정으로 뉴트를 바라보았지만 뉴트는 그런 것은 상관 없다는 듯 민호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았다.


"다른 데 보지마. 나만 봐."

"그-래, 좋아."


가볍게 민호의 콧등에 입을 맞춘 뉴트는 그대로 민호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홀을 누비며 춤을 추는 둘의 모습에 토마스는 조금 기가 질린 듯 트리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어떻게 생각해, 트리샤?"

"아쉽지만 우리가 진 거 같은데?"


트리샤의 경쾌한 대답에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는 듯 토마스가 웃으며 트리샤를 안아들고는 뉴트와 민호에게 중앙 자리를 내주었다. 그런 토마스의 모습에 뉴트는 이 세상에 두 번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민호를 홀 중앙으로 이끌었다. 음악은 계속 흘렀고, 중앙에 자리를 잡은 뉴트와 민호의 주변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뉴트는 타이밍을 재듯 민호의 어깨를 두드리다 곧 춤을 추던 발을 멈추고는 민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할 말 있는데."

"춤 추는 걸 멈출 정도로 중요한 거야?"

"응."


어깨를 살짝 으쓱여보인 민호의 앞으로 뉴트가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흐르던 음악이 조금 느린 템포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둘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랑 앞으로도 남은 평생을 같이 해주지 않을래?"

"-지금 프러포즈 하는거야?"

"음, 아마?"


팔짱을 끼고 자신의 턱을 매만지던 민호는 조금 아리송한 얼굴을 짓고는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뉴트는 분명히 보았다. 셋, 둘, 하나. 숫자를 세는 민호의 입을. 하나, 라는 민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티장의 주변으로 형형색색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환희에 찬 함성 소리가 파티장을 가득 매웠고, 민호는 가볍게 뉴트의 몸을 일으켰다. 방심하고 있던 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으켜진 뉴트의 무릎을 털어준 민호는 뉴트와 파티장의 문을 번갈아 보았다.


"-그래서, 대답은?"

"저 문 나가면 말해줄게."

"약속했다?"

"응."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민호를 보며 뉴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내밀었고, 민호는 가볍게 뉴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 손을 잡아당겨 손등에 입을 맞춘 뉴트는 그대로 민호와 함께 파티장의 문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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