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 보는 민호와 그런 민호의 집에 얹혀 살게 된 토마스, 갤리, 뉴트 이야기.

* 갤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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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종종 예지몽을 꾸고는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형의 존재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가끔씩 정말 현실과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과 비슷한 꿈을 꾸면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꼭 그런 예지몽의 결말은 민호가 죽는 것으로 끝이 났다. 예지몽이고 뭐고, 다 상관없었는데 이거 하나가 정말 불쾌했다. 최근 아귀를 하나 옆에 들여서 인지는 몰라도 예지몽을 꾸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지금도 민호는 그 예지몽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는데 아마도 자신은 곧 죽지 않을까, 하는 참 거지같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아예 현실과 동 떨어진 것 같이 느껴지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지는 몰라도 예지몽을 현실 감각과 비슷하게 설계한 새끼는 반드시 조져버릴거야. 


지금 민호가 서 있는 곳은 집 앞 골목길이었다. 생긴 걸로 봐서는 어느 시골 구석에나 처박혀 있을 거 같은 굉장히 좋은 말로는 엔티크하다고 할 수 있고 나쁜 말로는 구린 집은 학교에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꽤 괜찮은 집이었다. 단지, 학교가 있는 대도시의 마을과 집이 있는 마을을 사이로 큰 강이 흐르고 있고 그 강의 다리를 분기점으로 이쪽은 시골, 저쪽은 대도시 이렇게 극명하게 갈려있는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민호는 그것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 혹은 그것과 비슷한 것 쯤 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나서부터 귀신 보고 살아봐라. 이런 생각밖에 안 하지. 

민호는 자신의 몸이 정처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민호가 스스로 그러고 싶어 그러는 것이 아닌,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심하게 흔들린다 싶더니 이제는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시멘트로 다 덮은 포장도로고 뭐고 쩍쩍 갈라지더니 귀를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다리가 막대과자처럼 부러져버렸다.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눈 앞에 있는 것이 부숴지고 갈라지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낀 민호는 도망을 가야겠다는 생각부터 접었다. 침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 소란의 주범을 찾으려고 애썼다. 


-산.


찾았다. 이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고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찾았다. 마을을 빙 두르고 있는 거대한 산맥. 여기저기서 깨지고 부숴지는 소리에 묻혀버린 목소리가 어림풋이 들려왔다. 애초에 이곳의 사람의 목소리라고 부를 만한 것은 민호 자신의 목소리 뿐이었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이 구슬프게 울고 있는 비명과 같은 슬픈 목소리는 분명 이 소란의 주범이자, 원흉이 내는 비명일 것이다. 이윽고 다리가 완전히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슬픈 목소리는 아예 성질을 바꿔 분노에 가득 찬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짐에 따라 마을이 무너지는 속도는 거욱 거세지더니 이내 곧 민호는 자신의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고 고개를 들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그것과 자신 사이의 간격 단 20cm 뿐이었다.


또, 죽었다.


"...아! 이, 시발!! 죽여버릴거야!!"

"아씨, 깜짝이야!"


잘 자다, 아니 끙끙거리며 온 몸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꼴을 보아 하니 잘 잔 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신음소리 한 번 안 지르다 일어나서는 욕질이라니. 토마스는 길게 자라 있는 아이비 줄기를 씹어먹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


토마스는 민호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입에 자크를 채우는 시늉을 하고는 한 걸음 멀찍이 물러나 아이비 잎사귀를 마저 씹었다. 민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실컷 머리를 헤집어버렸다. 깔려죽는 것도 기분 더럽게 나쁘네, 썅. 잔뜩 찌푸린 얼굴에 주름진 미간을 보니 이번에는 좀 아팠나, 싶어 토마스는 얼른 민호를 다시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는 가만히 옆에 앉아서는 민호의 머리를 끌어 안았다. 품에 가득 찬 민호의 생기에 토마스의 입가가 절로 미소 지었다. 민호 모르게 입맛을 다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욱 세게 아이비 잎을 짓씹었다. 민호한테 이 이상으로 뭔가를 더 저지르면 영락없이 강제 퇴치 당할 거야. 아님 봉인 당할 거야. 애초에 아귀한테 제일 먹고 싶은 것을 눈 앞에 두고 먹지말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공복과 고통을 불러오지만 어쩌랴. 민호인걸.


"뒷산에 가봐야겠어."

"지금?"

"...내일."

"왜?"

"...뒷산에는 까마귀가 살아."


까마귀?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텐구."

"-흐응."


아까보다 더 끈적이게 붙어오는 토마스의 머리를 거친 손길로 밀어낸 민호는 창 밖, 정면으로 딱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분명, 민호의 기억이 맞다면 이 집을 중심으로 마을을 두르고 있는 산에는 까마귀가 하나 살고 있다. 그것도 보통 까마귀가 아닌 텐구가. 분명 꿈에서 들은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맞다. 귓가에 남은 그의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맴돌았다. 


"텐구, 라."


민호가 결국 발길질을 하며 쫓아내서야 겨우 나가 떨어진 토마스는 까마귀? 먹는건가, 하며 중얼거렸고 민호에게서 바보, 멍청이, 라며 온갖 욕은 다 들었지만 민호의 웃는 얼굴을 봤으니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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