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3 후반 시점입니다.

* 데릭 x 스타일즈. 이미 두 사람은 연인 관계라는 설정 기반.

* 노기츠네에 대한 막장 설정. 왜냐하면 내가 너무 보고 싶으니까.



 



  스타일즈는 가끔, 자신도 늑대인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솔직히, 그 때 피터가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 스타일즈는 내심 자신도 늑대인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스캇에게 달려가 “스캇,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줘!” 하고 부탁이라도 하면 스타일즈는 언제라도 늑대인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타일즈는 하지 않았다. 분명 늑대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동시에 늑대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그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타일즈는 지금 자신이 늑대인간이었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다.

 

  “…하하, 망했다.”

 

  자포자기라도 한 듯 긴 한숨이 이어지고 스타일즈는 결국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무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지하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스타일즈는 한참동안이나 자신의 처지를 딱하게 여겼다. 스타일즈는 지금 연약한 인질이 되어 있는 처지였다. 상대는 무리 없이 혼자 움직이는 늑대인간으로, 뭘 어떻게 착각을 한 건지는 몰라도 스타일즈를 늑대인간은 아니어도 그와 비슷한 다른 어떠한 존재 정도로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물론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지긋지긋한 노기츠네를 쫓아내기 전까지만 해도 스타일즈는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을 뿐, 그를 완벽하게 봉인한 지금 스타일즈는 한낱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언제라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스캇에게 적이 생기고 그들에게 제일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라고 한다면 그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존재인 스캇의 부모님과 자신을 포함한 그의 학교 친구들 정도였다. 그들은 한 없이 힘없고 나약한 인간이지, 빌어먹을 만큼 강한 늑대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톱으로 한번만 긁혀도 피부고 나발이고 다 찢겨나가 죽을 수 있는 그런 나약한 존재. 스타일즈는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스캇에게 자신도 늑대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빌어야겠다,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스타일즈를 이곳으로 끌고 온 자의 목적은 확실하지 않아보였다. 얼마 전 비컨 힐 마을에서 있었던 알파들의 피 튀기는 싸움의 소식만을 듣고 찾아온 모양인지 그는 계속 알파, 알파 하며 중얼거렸다. 인간도 충분히 사회적 존재이긴 했지만 딱히 목숨을 걸 정도의 무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 스타일즈는 그들의 습성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최근 스캇과 함께 행동한 것 자체가 그의 무리에 자신이 포함되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리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벌써 이틀째 친구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렇게 감자튀김 먹지 말라고 아우성임에도 불구하고 감자튀김을 꼭 드셔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그 모습이 너무 그리웠다.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타일즈는 이곳에 갇혀있었다. 한 번은 거의 탈출에 성공했다가 다시 끌려가면서 정말로 목숨을 위협 당했기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스캇, 리디아, 아이작….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이 지나고서야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데릭 헤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스타일즈는 지금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먼저 그의 손을 붙잡고 얼마든지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하자면 길고 먼 이야기지만 어쨌든 스타일즈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한 번 실수를 커다랗게 한 것을 계기로 암암리의 스타일즈는 데릭의 소유라는 낙인을 찍게 되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말이다. 스타일즈는 그 때 이후로 인생의 참된 교훈을 한 가지 얻었는데, 그것은 절대로 술 마시고 깝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쯤 그가 자신을 얼마나 찾고 있을까, 하는 참으로 한심하고 바보 같은 생각도 몇 번 해봤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 뿐, 스타일즈는 금세 생각을 접었다. 절대로 자신 때문에 다른 이가 다쳐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일로 자신 때문에 소중한 친구들 중 누구 하나라도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스타일즈는 평생 죄책감에 파묻혀 살 것이 분명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불길한 소리를 내며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역시나 자신을 이리로 잡아온 늑대인간의 얼굴을 보자 스타일즈는 속상하면서도 불안했다. 그는 한 손으로 스타일즈의 몸을 일으켰고 엉망진창으로 끌고 갔다. 정말 빌어먹게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스타일즈의 반항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해보였다.

  어딘가의 폐공장인 모양인지 이리저리 널린 목재와 철근사이로 스타일즈의 몸이 던져졌다. 그 충격에 스타일즈는 헛기침을 했고 정신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읏, 이봐요! 이렇게 험하게 다루지 말라고요! 난 인간이니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는 바짝 굳으며 미안하다, 잘못했다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얼른 스타일즈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2차로 온 충격에 스타일즈는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여우의 간을 먹은 늑대는 불로불사의 힘을 손에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지.”

  “여우…?”

  “그래. 그 중에서도 천 년 묵은 구미호의 간.”

  “이봐요, 내가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요. 늑대인간이라면서 귀가 막혔어요? 난 여우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난 그 빌어먹을 키츠네가 아니라고!”

 

  더 세게 목을 죄어오는 손길에 스타일즈는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을 주먹으로 치고 밀어 봐도 꼼짝을 하지 않았기에 스타일지는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 싶어 두려워졌다. 다시 한 번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스타일즈는 자신의 위로 올라타는 그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잔뜩 더러워진 티의 끝부분을 찢어버린 그는 가만히 스타일즈의 가슴 아래에 손을 얹었다.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손톱이 솟아나와 그의 피부를 뚫고 간을 취할 거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만… 부탁이니까 그만해요! 난 아니야! 아니라고!!”

 

  피부에 닿는 뾰족한 손톱이 느껴지자 스타일즈는 숨을 멈췄다. 눈앞에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이 정신이 멀어지고 의식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잠긴다고 생각한 순간, 어딘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문이, 문이 아닐 때는 뭐지, 스타일즈?

 

  조금씩 피가 새어나오는 피부에 그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악력으로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당황한 듯 그의 동공이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르작거리며 떨기만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눈을 휘며 웃음 짓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그는 소름이 돋았다.

  그와 더불어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손목을 쥐고 나뒹구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가 나긋나긋하게 일어서며 미소 지었다.

 

  “저런, 많이 아프겠다. 그래도 괜찮지? 늑대인간이잖아.”

 

  한 번에 위치가 뒤 바뀐 그와 자신을 보며 스타일즈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동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혀를 차며 손가락을 두어 번 저은 스타일즈는 그대로 그의 목을 손톱으로 찢어버렸다. 울컥, 하며 쏟아진 피가 그의 티셔츠를 적시고 바닥으로 흘러나오자 스타일즈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스타일즈!”

  “사랑하는 나의 스캇. 너무 늦은 거 아냐?”

 

  때 마침 도착한 스캇과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스타일즈는 몇 번이고 표정을 바꿨다. 그런 스타일즈의 모습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스타일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저히 스타일즈가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찢겨진 시체 한 구 뿐이었다. 스타일즈는 피가 묻은 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몇 번 털고는 천천히 스캇에게로 다가왔다. 그러자 아이작이 그런 스캇의 앞을 막아서며 경고의 표시로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내보였다.

 

  “어떻게 스타일즈의 몸에 들어간 거지? 넌 분명히….”

  “봉인됐지. 그 빌어먹을 나무통에. 안심해. 스타일즈의 안에 남아있는 건 이 녀석 안에 있을 때 죽인 녀석들의 사념과 내 사념이 뒤엉켜 남아있을 뿐. 오히려 내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닌가? 나 아니었으면 이 녀석은 진작 죽었어.”

 

  너덜너덜해진 티셔츠의 끝자락을 말아 올리며 보여준 스타일즈의 몸에는 선명한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깊이 들어간 모양은 아닌지 벌써 피는 말라 붙어있었다.

 

  “무슨 속셈이야?”

  “헤이,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닥치고 빨리 그 녀석 안에서 꺼져.”

 

  사납게 노려보는 데릭의 모습에 스타일즈, 정확히는 노기츠네의 사념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 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금세 데릭의 곁으로 다가온 그가 손가락으로 데릭의 목선을 따라 그으며 그의 가슴에서 톡톡 두들겼다.

 

  “사실은 지금 너희들을 다 찢어발겨도 내 원한이 다 풀릴 것 같지 않지만, 뭐 상관없어. 언젠가 난 부활할 테니까.”

  “무슨….”

  “스타일즈는 이미 나와 의식의 깊은 면까지 공유하고 있는 사이지. 내가 왜 이 녀석을 골랐는지 알아? 스타일즈는 여기 있는 그 어떤 녀석보다 이게 좋거든.”

 

  그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내 말 믿어. 스타일즈의 정신세계는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아. 그러니 난 그게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순식간에 데릭이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지만 그는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문이, 문이 아닐 때가 언제인 줄 알아?”

  “…살짝 열렸을 때.”

  “그래. 언젠가 스타일즈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줄 거야. 완전히 새로운 노기츠네로. 그럼 그 때, 제일 먼저 네 녀석을 찢어버릴 거야, 스캇.”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괜히 사서 고생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어디 스타일즈랑 잘 해봐. 늑대인간 형씨.”

 

  싱긋, 웃는 미소와 함께 스타일즈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마자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는 스타일즈를 보며 데릭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Oh, my god. 정신 나간 변태 늑대인간한테 벗어나자마자 또 멱살잡이 신세냐고요. 데릭, 내려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냐는 친구들의 말에 스타일즈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 그들이 자신을 구해줬을 거라 믿는 스타일즈에게 그들 중 아무도 노기츠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찢어진 옷을 발견한 스타일즈가 울상을 지으며 그간 이틀간의 불만을 토로하자 그제야 다들 스타일즈가 원래의 그 스타일즈로 돌아온 것에 대해 안심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확인해볼 것이 있다며 억지로 스타일즈를 끌고 간 데릭의 모습에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스타일즈를 무사히 구해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노기츠네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말에 대한 의구심뿐이었다.

 

  “…음, 그러니까… 구해줘서 고마워요, 데릭. 근데 다른 애들한테는 고맙단 말도 못했잖아요. 대체 뭘 확인하고 싶….”

 

  스타일즈는 급하게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는 데릭의 행동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두 팔로 그의 몸을 감싸 안은 스타일즈는 그제야 자신이 그 거지 같은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행이야.”

  “…그러게요.”

  “그래서 그 녀석은 널 왜 잡아간 거야?”

  “몰라요, 그런 변태 늑대인간은.”

  “…그게 무슨 소리야?”

  “노기츠네 녀석한테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날 천년 먹은 여우라고 부르질 않나. 그런 여우의 간을 먹으면 불로불사의 힘을 얻는다나 뭐라나. 진짜 무서웠다고요. 진짜 아무래도 조만간 스캇한테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할까봐….”

 

  급하게 입을 맞춰오는 데릭 때문에 말을 다 끝맺지 못한 스타일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타일즈에게도 요 이틀간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체온이다. 작은 생채기로 남아버린 손톱자국에 맞게 그가 손을 올리자 움찔한 스타일즈가 허리를 뒤로 빼버렸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시트위에 누웠는데도 멍이라도 든 모양인지 등이 쓰라리고 아팠다. 작은 신음소리에 데릭이 조금 걱정스러운 듯 스타일즈를 쳐다보았고, 스타일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뭘 확인하려는 건데요…?”

  “네가 자꾸 변태니 어쩌니 하니까 불안해서.”

  “…세상에, 데릭.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알아, 이 멍청아. 닥치고 옷이나 벗어.”

 

  결국 스타일즈가 못 말린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 스타일즈의 웃는 얼굴을 보며 데릭은 가만히 스타일즈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그런 도발을 하고 사라진 것이다. 데릭은 뻔뻔스럽게 웃던 낯짝을 떠올렸다. 데릭은 가만히 스타일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두 번 다시는 안 뺏길테니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데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시 스타일즈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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