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렌/민호 형제기반.
* 초큼 욕설주의
민호는 자신이 연인이라는 존재를 만들게 된다면 적어도 남자는 만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호모포비아냐, 라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랬다면 진작 가정이 무너졌어야 했다.
“형, 나왔…….”
“아, 왔어? 으, 민호 왔잖아요! 데릴, 좀!!”
“애들은 가라.”
“또 지랄이냐.”
“이게 매형한테.”
민호는 지금 코라도 파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차라리 팝콘을 사올까. 혹시 또 아나, 실시간으로 성인 방송을 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물론 이런 말을 했다가는 하나밖에 없는 형이 식탁을 뒤집어엎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민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형이 좋아?”
“꼬우면 너도 애인 만들던가.”
“…….”
이런 시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 인간은 존나 재수 없다. 아니 어쩌다 천사 같은 형이 저런 망나니한테 꼬여서 매번 그렇게 잘 가꿔놓은 몸을 헌납해야 하는지 민호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그런 형이 저 인간이 좋다는데 별 수 있나. 민호는 고개를 저으며 방금 막 카톡이 온 핸드폰을 봤다.
- ^^v
발랄한 이모티콘과 함께 전달된 셀카사진. 하나 밖에 없다는 불알친구는 지 애인 자랑하느라 바빠서 민호의 속을 또 한 번 뒤집어 놓으니 볼장 다 봤다.
- 넌 그 못생긴 놈 어디가 그렇게 좋냐?
- 못생겼으니까 귀엽지.
에라이, 시발. 말을 말아야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민호의 가치관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 보다 훨씬 진취적이고 개방적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평범한 연애를 거부하는 사람이 네 명, 커플이 두 쌍. 그 커플 지옥 속 민호 혼자만 솔로천국이었다.
“…나도 남자친구 사귈까.”
툭, 가방을 대충 거실 한 편에 내려놓은 민호는 그대로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방문이 닫히기 전, 그게 무슨 소리니, 하며 절규하던 형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민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쓴 민호는 음악의 볼륨을 최대로 켰다.
아무리 그래도 좀, 형의 프라이버시는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기에.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헤드셋을 내려놓고 대충 방을 나간 민호는 식탁에 앉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반대편에 형과 데릴이 앉았다. 뭐, 이것도 가족의 형태라면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딱히 나쁘지 만은 않았다. 그냥 민호가 알고 있는 것 한 가지는 저 매형이라는 놈은 형에게 미쳐있다. 그게 좋은 쪽이면 좋으련만.
“뉴트는 잘 지내?”
“지 남친 자랑하는 데 바빠서 짜증나.”
“아, 그 싸가지 없는 꼬맹이.”
“그러는 당신은 재수 없는 아저씨 쪽이고.”
“네가 글렌 동생이니까 참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넌 내 손에 죽었어.”
“형, 이 인간이랑 헤어져.”
“…….”
험하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자 민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열에 한번은 이렇게 자기도 한 번씩 선물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게 가족 간의 도리인데. 원래 이런 꼴이다 보니 글렌은 딱히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야, 너 진짜 애인 없어?”
“뭔 상관.”
“이게 신경을 써 줘도 지랄이야. 너 때문에 글렌이 울잖아. 지 동생한테는 애인도 안 생긴다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이 인간이 이젠 없는 말까지 지어내?”
또 시작이네. 대충 밥을 우겨넣던 민호는 안 그래도 요새 달라붙는 파리 한 마리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은 토마스. 키는 뉴트만하나, 얼굴은 꽤 반반하게 생기긴 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멍청한 구석이 있는 놈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민호도 덥석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상대가 남자니까 두고 보고 있는 거다. 다 하늘로 돌아가 버리셨지만 그래도 아들이라고 있는 것들 두 놈 다 자식새끼도 못 볼 판이면 부모님이 좀 슬퍼하시지 않을까 하는 구차한 변명과 함께.
“상엽이형.”
“응?”
“이 새끼 좋아해?”
“야.”
“……좋아하지?”
“야, 넌 또 왜 끝이 물음표야.”
숟가락을 내려놓은 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톡창을 열었다.
- 야, 너 갤리랑 어떻게 사귀게 됐냐.
- 그냥 바로 넘어트렸는데.
- 이런 미친놈.
민호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녀석이 토마스 같이 좀 모자라 보이는 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본의 아니게 토마스에게 모질 게 군 것 같아 좀 미안해졌다.
“형.”
“왜?”
“나 좋다는 사람한테, 그 녀석이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밥 먹었다고 같이 안 먹고, 같이 하교 하자는데 집 반대쪽이라 하고 돌아오고, 전화번호 가르쳐달라 그랬는데 내거 말고 갤리 녀석 거 가르쳐줬거든?”
“…민호야.”
“응?”
“그 아이가 그렇게 싫니?”
“…….”
“야, 철벽도 작작 쳐야 하는 거야.”
민호는 다시 카톡을 켰다.
- 야, 너 토마스 전화번호 알아?
- 네가 갤리 번호 가르쳐 준 그 녀석? 그러고 보니 뒤질래, 우리 갤리 전화번호 함부로 팔고 다니게.
- …닥치고 전화번호나 내 놔.
뉴트에게서 토마스의 전화번호를 받은 민호는 한참이나 고민했다. 이걸 보내야해, 말아. 사실 아까 형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심해서 민호는 진심으로 토마스에게 좀 미안해졌다. 그 녀석, 내 전화번호도 모를 텐데. 한참을 문자를 썼다 지웠다, 를 반복한 민호는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
- 야, 이게 내 번호야. 딴 놈 거 가르쳐줘서 미안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울리는 벨소리에 민호는 깜짝 놀라 뒤집어질 뻔 했다. 분명 액정에 찍힌 번호는 토마스의 것이었다.
“뭐 이런 미친놈이.”
민호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그대로 분리해버렸다. 민호는 그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토마스가 단순히 멍청하고 모자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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