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짹짹이)에서 풀던 다톰이빅 썰 중 일부.

 

 

* 토마스와 빅터는 친형제 같은 사이. 현재 같이 살고 있음.

 

 

* 현대+사이퍼 설정 짬뽕.

 

 

 

 

 

 

 

 

 

 

 

 

 

  “큰일이야완전 지각이라고.”

 

  빅터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면서도 비몽사몽한 정신에 깜빡 다시 잠에 들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런 빅터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스는 허둥지둥 일사분란하게 집 안을 휘젓고 다녔다어찌나 그 솜씨가 일류 어머니의 것인지 하룻밤 사이 어질러져 있던 거실이 깨끗하게 치워졌다졸린 내색 하나 안 하려고 했던 빅터지만 그래봤자 고작 열 넷 밖에 안 되는 아이에게 잠은 치명적인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아…밤새도록 게임 붙잡고 있던 게 누군데…….”

  “알람 소리도 못 들을 줄은 몰랐어.”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빅터의 말에 일일이 다 대답해주는 토마스의 손에는 그들이 아침에 늦잠을 잔 원인이자 원흉인 게임기가 들려 있었다사실 따지고 보면 저 게임기를 준 것은 홀든가의 막내아들이니 빅터는 언제라도 토마스에게 이글이 잘못했네라고 말해줄 의향도 있었다.

 

  “형 다녀올 테니까 12시 되기 전에 꼭 연합으로 가서….”

  “.”

  “?”

  “다녀오세요.”

 

  빅터는 매일 아침 반복되는 레파토리에 이제는 지겨운 모양인지 얼른 토마스의 목을 끌어안았다항상 연합에서 엘리와 피터 또래 아이들만 돌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신을 대할 때도 영 그런 식이니빅터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속으로 한숨을 쉬곤 했다그러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빅터가 내색을 해줄 때면 토마스는 멋쩍은 듯 웃으면서도 세상에 둘 도 없는 소중한 동생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빅터도 딱히 그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시금 서둘러 집을 나선 토마스는 오늘도 활기찬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자는 마음을 다짐했다골목 하나 없이 쭉 뻗은 길을 결정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과 같이.

 

  *

 

  토마스는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벌써 아르바이트를 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이는 곧빅터와 만난 것이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였고 그와 동시에 토마스가 그와 만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는 소리였다.

 

  “얏호지각은 면했네요.”

  “어서와스티븐슨.”

  “안녕하세요점장님.”

 

  토마스의 하루 일과는 이렇게 시작한다밤새 이글이 가져다 준 게임기를 빅터와 함께 붙잡고 기어코 보스까지 깨고 난 뒤 후련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가 알람소리를 못 듣고 허겁지겁 일어난 뒤에 말이다단 한 번도 지각이라는 것을 해본 적 없는 성실한 20대 청년 토마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카페의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모카 한 잔 주시겠어요?”

 

  첫 손님은 항상 정해져있었다단정하니 우아하게 생긴 여성분이었는데하루도 빠짐없이 카페 문을 열자마자 오시는 단골손님 중 한 분이었다그 분의 주문대로 카페 모카를 만들기 시작하면 금세 카페 안을 가득 채우는 커피 향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르바이트생 토마스 스티븐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했다.

 

  *

 

  “오늘 비가 온다고?”

  “그래일기예보 못 봤어?”

  “토마스 형 우산 없을 텐데.”

  

  퍽 근심 걱정이 가득 담긴 열 넷 꼬마의 얼굴에 이글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빅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이쪽 형제는 둘의 역할이 바뀌어도 너무 바뀐 것 아닌가 싶었다이글은 벌써부터 미간에 주름을 잡으려는 열 넷 꼬마를 얼른 제 품에 끌어안고서는 미간을 검지로 꾹꾹 누르며 여전히 그 웃는 낯으로 말했다.

 

  “걱정 마꼬맹아우리 형은 우산 들고 갔어,”

  “그래그럼 뭐.”

  “그러니까 토마스 올 때까지 우리는 뭐하고 놀지 생각해볼까?”

  “어제 빌려준 게임 그거 말고는 없어?”

  “없기는그게 1탄이라고그래서 가져왔지뉴 슈퍼마리오.”

 

  이글의 손에 들린 노란색 표지에 게임팩을 보자마자 딱 그 나이 또래에 맞게 얼굴이 변한 빅터를 보며 이글은 넘쳐나는 행복감과 사랑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했다미간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주름을 만드는 꼬맹이는 영락없는 애늙은이의 표본이었으나 이렇게 한 없이 풀어진 모습을 보면 또 거짓 없는 꼬마 아이의 모습이었다이글은 얼른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이런 귀한 시간을 헛되이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

 

  어느 새 하루가 훌쩍 지나버리고 태양이 쏙 들어가버렸을 때 쯤별안간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어찌나 그 양이 많은지 누가 보면 사랑하던 사람에게 차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양이었다오늘 아침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작은 우산 하나 챙기지 못한 토마스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오늘은 안 오셨네.”

 

  사실 비가 오는 하늘 보다 토마스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매일 점심 찾아오던 토마스만의 손님이 오늘은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사랑하던 사람에게 차인 하늘이 눈물로 비를 내린다니이 어찌 자신이 처지랑 쏙 닮은꼴인가물론정확하게 말하자면 차인 건 아니다아닐 거다.

  서둘러 카페를 정리하고 옷도 갈아입은 토마스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오후 열 시너무 늦은 시간이라 빅터에게 전화 한 통 걸기가 미안해졌다카페 안에 남는 우산 하나라도 있을까 찾아봤지만 우산의 도 보이지 않아 진작 포기했다하루쯤은 비를 맞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대충 젖으면 안 되는 것들만 비닐로 싸서 가방에 넣은 토마스는 카페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다.

 

  “…끝났나?”

  “다이무스씨!”

 

  불쑥 토마스 앞에 나타난 인영에 토마스는 그 자리에서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안 그래도 키가 큰 사람이 검은 정장에 검은 우산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토마스에게는 그저 한 없이 다정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솔직히 조금 무섭긴 했다.

 

  “놀랐나미안하군.”

  “아니에요괜찮아요그보다 여긴 어쩐일로….”

 

  다이무스는 굳이 대답을 하지 않고 쥐고 있던 우산을 가만히 토마스의 쪽으로 기울였다작은 물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는 너는 우산도 없이 그냥 가려고 했나?”

  “그러게요.”

 

  멋쩍게 웃는 토마스의 옆에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선 다이무스는 우산을 들고 있던 팔을 살짝 들어올렸다토마스는 굉장히 기쁜 얼굴로 얼른 다이무스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 넣었다.

 

  “오늘 점심에 안 보이셔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갑자기 회의가 잡혔었다.”

  “점심은 드셨어요?”

  “대충.”

  “잘 챙겨 드셔야 하는데.”

  “확실히 네가 챙겨주는 것보다는 맛이 없더군.”

 

  토마스는 순간 헛발질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 남자, 다이무스 홀든은 참 솔직했다. 누가 그의 형 아니랄까봐 이글이랑 똑같았다. 거침없이 툭툭 뱉는 말들이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고, 누구보다 솔직해서 가끔은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말이 없는 토마스의 모습에 다이무스가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하고 물었을 때도 토마스는 그저 고개를 젓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자 괜히 심술이라도 날 것 같았다. 토마스는 다이무스 앞에서는 절대로 하지 못했던 20대의 장난 끼를 한 번 내보이기로 다짐했다.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고 거침없이 우산 밖으로 나간 토마스는 정말 몇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몸이 쫄딱 젖는 것을 느꼈다. 당황한 모양인지 다이무스가 얼른 다시 우산을 씌워주려고 해도 묵묵히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도망쳤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웃는 낯이었기에 다이무스는 그제야 사랑스러운 연인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다 감기 걸릴지도 모른다.”

  “금방 나을 거예요.”

 

  결국 다이무스는 검은 장우산을 접었다. 정말 많이 오는 날이긴 한 모양인지 우산을 접자마자 금방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랑 젖어 들었다. 그제야 토마스는 뒷걸음질 치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다이무스의 옆에 섰다. 비에 젖어 열기를 발산하는 다이무스의 피부와는 달리 원래부터 한참 비에 젖은 사람처럼 서늘한 체온을 가진 토마스의 피부에 다이무스는 가벼운 눈짓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이글이 알면 웃다가 뒤집어지겠군.”

  “지금 쯤 빅터랑 노느라 바쁘지 않을까요?”

  “네 동생 말인가? 하긴, 이글 녀석이 마음에 들어 하는 소년이라니.”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다 토마스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항상 지나치던 작은 공원이었다. 이미 쫄딱 젖은 생쥐 꼴이지만 잠시라도 비를 피할 겸 공원에 들어섰다. 얕은 처마 밑에 선 두 사람은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다이무스를 살며시 바라보았다. 상황적으로는 훔쳐본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누가 봐도 남자다운 잘생긴 얼굴에 큰 키, 조금 무뚝뚝하다는 게 흠이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매력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하나뿐인 연인의 모습에 토마스는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누구 애인인지는 몰라도 정말 애인 하나는 잘 뒀구나, 싶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토마스가 뿜어낸 입김이 하얗게 서렸다가 금세 사라졌다. 원래부터 추위와는 허물없이 자란 터라 이 정도는 추위 축에도 끼워 넣기 애매했지만, 어깨 위로 걸쳐지는 무게에 토마스는 깜짝 놀라 다이무스를 바라보았다.

 

  “저는 괜찮아요! 그러다가 다이무스씨가 감기 걸리겠어요.”

  “나는 괜찮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다시 코트를 가져갈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는 단호한 모습에 토마스는 괜히 코트 자락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조심스럽게 다이무스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토마스는 바짝 다가서 다이무스와 어깨를 맞대었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덜 춥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대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조금 덜 추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음, 확실히 조금 추울지도.”

  “네? 정말이에요?”

 

  다이무스의 말에 얼른 코트를 벗으려고 한 순간, 그보다 더 재빠르게 다이무스는 토마스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다이무스의 행동에 차마 코트를 다 벗지 못한 채 애매하게 놓인 팔을 어찌할 줄 몰라 헤매던 찰나, 다이무스가 천천히 토마스의 안경을 빼서 손에 쥐어주었다.

 

  “…아, 그….”

  “이러면 좀 덜 춥겠지.”

 

  그리고 또 한 번 부드럽게 이어지는 키스에 토마스는 이러다 제 안에서 뭔가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달콤한 입맞춤이 끝나고 다이무스 딴에서는 가장 활짝 웃는 옅은 미소를 보며 토마스는 그대로 다이무스의 코트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내가 못살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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