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항상 불안했다. 항상 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커다란 짐을 지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너는 그렇게 내 곁에서 계속 살아남아 줄 것이라고, 절대로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리진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왔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을 뿐, 하등 너에게 도움조차 되지 않는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 날도 비가 왔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엔 네가 미로로 가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다. 미로로 들어가는 너를 가로막고 가지 말라고 빌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항상 내 하루의 시작은 너를 보내야 한다, 아니 보내면 안 된다, 는 두 가지 논제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을 하는 걸로 시작한다. 당연히 보내고 싶지 않지만, 네가 없으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끝없는 불안함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 너를 따라 뛸 수도 없는 병신 같은 발목을 잡아 무얼 하겠냐고 스스로 비웃어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내가 너의 발목을 잡을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하루 빨리 너와의 거리를 두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스스로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겐 너 뿐이었다. 나는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가죽만 남은 허약한 짐승이었다.
너는 그런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나를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소리쳐도 너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하루는 그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욕을 한 적도 있다. 새빨갛게 부은 손등을 보니 내 심장은 그대로 부서져 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너는 그러한 나의 행동에도 너의 뜻을 굽히려 들지 않았다. 내 하루의 시작이 끝없는 논쟁 속에서 몰래 네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네 하루는 그런 나를 그 질척하고 더러운 웅덩이 속에서 꺼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가 괜히 가죽만 남은 짐승이 아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그곳에서 나를 꺼내준다고 했다. 너의 그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너는, 나를 그 웅덩이에서 꺼내주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구원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큰 오산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너를 놓아주어야, 내가 너에게 매달리기에 너를 바깥으로 날려 보내주어야 네가 저 광활한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너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한 발 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네가, 나를 잡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네가 나를 놔주어야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인사는 어땠지? 꼴사납지는 않았을까? 나는 내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조차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약속해줬으면 좋겠다. 절대로, 나 따라오지 마라. 꼭 너 닮은 딸 하나랑 아들 하나 낳고……, 는 무슨. 보고 싶어 죽겠다. 하나 뿐인 내 사랑. 내겐 너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이 네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 애에게 실례가 되는 말일 것이다. 너도 고마웠다, 토미. 마지막으로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있으니까 난 안심하고 간다.
잘 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아. 아끼고 아껴도 모자랄 내 사람들아.
꼭 한번은 써보고 싶었던 데큐 뉴트.....
시바 뉴트야 거긴 행복하니?... 잘 살고 있니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제가 이래서 위키드 개극혐 분자 중 하나인... 위키드 존낸 시름 네깟것들이 뉴트한테 해준게 뭐임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스타일즈는 가끔, 자신도 늑대인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솔직히, 그 때 피터가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 스타일즈는 내심 자신도 늑대인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스캇에게 달려가 “스캇,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줘!” 하고 부탁이라도 하면 스타일즈는 언제라도 늑대인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타일즈는 하지 않았다. 분명 늑대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동시에 늑대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그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타일즈는 지금 자신이 늑대인간이었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다.
“…하하, 망했다.”
자포자기라도 한 듯 긴 한숨이 이어지고 스타일즈는 결국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무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지하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스타일즈는 한참동안이나 자신의 처지를 딱하게 여겼다. 스타일즈는 지금 연약한 인질이 되어 있는 처지였다. 상대는 무리 없이 혼자 움직이는 늑대인간으로, 뭘 어떻게 착각을 한 건지는 몰라도 스타일즈를 늑대인간은 아니어도 그와 비슷한 다른 어떠한 존재 정도로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물론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지긋지긋한 노기츠네를 쫓아내기 전까지만 해도 스타일즈는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을 뿐, 그를 완벽하게 봉인한 지금 스타일즈는 한낱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언제라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스캇에게 적이 생기고 그들에게 제일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라고 한다면 그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존재인 스캇의 부모님과 자신을 포함한 그의 학교 친구들 정도였다. 그들은 한 없이 힘없고 나약한 인간이지, 빌어먹을 만큼 강한 늑대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톱으로 한번만 긁혀도 피부고 나발이고 다 찢겨나가 죽을 수 있는 그런 나약한 존재. 스타일즈는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스캇에게 자신도 늑대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빌어야겠다,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스타일즈를 이곳으로 끌고 온 자의 목적은 확실하지 않아보였다. 얼마 전 비컨 힐 마을에서 있었던 알파들의 피 튀기는 싸움의 소식만을 듣고 찾아온 모양인지 그는 계속 알파, 알파 하며 중얼거렸다. 인간도 충분히 사회적 존재이긴 했지만 딱히 목숨을 걸 정도의 무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 스타일즈는 그들의 습성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최근 스캇과 함께 행동한 것 자체가 그의 무리에 자신이 포함되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리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벌써 이틀째 친구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렇게 감자튀김 먹지 말라고 아우성임에도 불구하고 감자튀김을 꼭 드셔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그 모습이 너무 그리웠다.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타일즈는 이곳에 갇혀있었다. 한 번은 거의 탈출에 성공했다가 다시 끌려가면서 정말로 목숨을 위협 당했기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스캇, 리디아, 아이작….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이 지나고서야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데릭 헤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스타일즈는 지금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먼저 그의 손을 붙잡고 얼마든지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하자면 길고 먼 이야기지만 어쨌든 스타일즈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한 번 실수를 커다랗게 한 것을 계기로 암암리의 스타일즈는 데릭의 소유라는 낙인을 찍게 되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말이다. 스타일즈는 그 때 이후로 인생의 참된 교훈을 한 가지 얻었는데, 그것은 절대로 술 마시고 깝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쯤 그가 자신을 얼마나 찾고 있을까, 하는 참으로 한심하고 바보 같은 생각도 몇 번 해봤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 뿐, 스타일즈는 금세 생각을 접었다. 절대로 자신 때문에 다른 이가 다쳐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일로 자신 때문에 소중한 친구들 중 누구 하나라도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스타일즈는 평생 죄책감에 파묻혀 살 것이 분명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불길한 소리를 내며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역시나 자신을 이리로 잡아온 늑대인간의 얼굴을 보자 스타일즈는 속상하면서도 불안했다. 그는 한 손으로 스타일즈의 몸을 일으켰고 엉망진창으로 끌고 갔다. 정말 빌어먹게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스타일즈의 반항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해보였다.
어딘가의 폐공장인 모양인지 이리저리 널린 목재와 철근사이로 스타일즈의 몸이 던져졌다. 그 충격에 스타일즈는 헛기침을 했고 정신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읏, 이봐요! 이렇게 험하게 다루지 말라고요! 난 인간이니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는 바짝 굳으며 미안하다, 잘못했다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얼른 스타일즈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2차로 온 충격에 스타일즈는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여우의 간을 먹은 늑대는 불로불사의 힘을 손에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지.”
“여우…?”
“그래. 그 중에서도 천 년 묵은 구미호의 간.”
“이봐요, 내가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요. 늑대인간이라면서 귀가 막혔어요? 난 여우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난 그 빌어먹을 키츠네가 아니라고!”
더 세게 목을 죄어오는 손길에 스타일즈는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을 주먹으로 치고 밀어 봐도 꼼짝을 하지 않았기에 스타일지는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 싶어 두려워졌다. 다시 한 번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스타일즈는 자신의 위로 올라타는 그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잔뜩 더러워진 티의 끝부분을 찢어버린 그는 가만히 스타일즈의 가슴 아래에 손을 얹었다.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손톱이 솟아나와 그의 피부를 뚫고 간을 취할 거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만… 부탁이니까 그만해요! 난 아니야! 아니라고!!”
피부에 닿는 뾰족한 손톱이 느껴지자 스타일즈는 숨을 멈췄다. 눈앞에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이 정신이 멀어지고 의식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잠긴다고 생각한 순간, 어딘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문이, 문이 아닐 때는 뭐지, 스타일즈?
조금씩 피가 새어나오는 피부에 그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악력으로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당황한 듯 그의 동공이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르작거리며 떨기만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눈을 휘며 웃음 짓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그는 소름이 돋았다.
그와 더불어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손목을 쥐고 나뒹구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가 나긋나긋하게 일어서며 미소 지었다.
“저런, 많이 아프겠다. 그래도 괜찮지? 늑대인간이잖아.”
한 번에 위치가 뒤 바뀐 그와 자신을 보며 스타일즈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동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혀를 차며 손가락을 두어 번 저은 스타일즈는 그대로 그의 목을 손톱으로 찢어버렸다. 울컥, 하며 쏟아진 피가 그의 티셔츠를 적시고 바닥으로 흘러나오자 스타일즈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스타일즈!”
“사랑하는 나의 스캇. 너무 늦은 거 아냐?”
때 마침 도착한 스캇과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스타일즈는 몇 번이고 표정을 바꿨다. 그런 스타일즈의 모습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스타일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저히 스타일즈가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찢겨진 시체 한 구 뿐이었다. 스타일즈는 피가 묻은 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몇 번 털고는 천천히 스캇에게로 다가왔다. 그러자 아이작이 그런 스캇의 앞을 막아서며 경고의 표시로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내보였다.
“어떻게 스타일즈의 몸에 들어간 거지? 넌 분명히….”
“봉인됐지. 그 빌어먹을 나무통에. 안심해. 스타일즈의 안에 남아있는 건 이 녀석 안에 있을 때 죽인 녀석들의 사념과 내 사념이 뒤엉켜 남아있을 뿐. 오히려 내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닌가? 나 아니었으면 이 녀석은 진작 죽었어.”
너덜너덜해진 티셔츠의 끝자락을 말아 올리며 보여준 스타일즈의 몸에는 선명한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깊이 들어간 모양은 아닌지 벌써 피는 말라 붙어있었다.
“무슨 속셈이야?”
“헤이,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닥치고 빨리 그 녀석 안에서 꺼져.”
사납게 노려보는 데릭의 모습에 스타일즈, 정확히는 노기츠네의 사념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 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금세 데릭의 곁으로 다가온 그가 손가락으로 데릭의 목선을 따라 그으며 그의 가슴에서 톡톡 두들겼다.
“사실은 지금 너희들을 다 찢어발겨도 내 원한이 다 풀릴 것 같지 않지만, 뭐 상관없어. 언젠가 난 부활할 테니까.”
“무슨….”
“스타일즈는 이미 나와 의식의 깊은 면까지 공유하고 있는 사이지. 내가 왜 이 녀석을 골랐는지 알아? 스타일즈는 여기 있는 그 어떤 녀석보다 이게 좋거든.”
그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내 말 믿어. 스타일즈의 정신세계는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아. 그러니 난 그게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순식간에 데릭이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지만 그는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문이, 문이 아닐 때가 언제인 줄 알아?”
“…살짝 열렸을 때.”
“그래. 언젠가 스타일즈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줄 거야. 완전히 새로운 노기츠네로. 그럼 그 때, 제일 먼저 네 녀석을 찢어버릴 거야, 스캇.”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괜히 사서 고생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어디 스타일즈랑 잘 해봐. 늑대인간 형씨.”
싱긋, 웃는 미소와 함께 스타일즈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마자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는 스타일즈를 보며 데릭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Oh, my god. 정신 나간 변태 늑대인간한테 벗어나자마자 또 멱살잡이 신세냐고요. 데릭, 내려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냐는 친구들의 말에 스타일즈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 그들이 자신을 구해줬을 거라 믿는 스타일즈에게 그들 중 아무도 노기츠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찢어진 옷을 발견한 스타일즈가 울상을 지으며 그간 이틀간의 불만을 토로하자 그제야 다들 스타일즈가 원래의 그 스타일즈로 돌아온 것에 대해 안심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확인해볼 것이 있다며 억지로 스타일즈를 끌고 간 데릭의 모습에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스타일즈를 무사히 구해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노기츠네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말에 대한 의구심뿐이었다.
“…음, 그러니까… 구해줘서 고마워요, 데릭. 근데 다른 애들한테는 고맙단 말도 못했잖아요. 대체 뭘 확인하고 싶….”
스타일즈는 급하게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는 데릭의 행동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두 팔로 그의 몸을 감싸 안은 스타일즈는 그제야 자신이 그 거지 같은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행이야.”
“…그러게요.”
“그래서 그 녀석은 널 왜 잡아간 거야?”
“몰라요, 그런 변태 늑대인간은.”
“…그게 무슨 소리야?”
“노기츠네 녀석한테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날 천년 먹은 여우라고 부르질 않나. 그런 여우의 간을 먹으면 불로불사의 힘을 얻는다나 뭐라나. 진짜 무서웠다고요. 진짜 아무래도 조만간 스캇한테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할까봐….”
급하게 입을 맞춰오는 데릭 때문에 말을 다 끝맺지 못한 스타일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타일즈에게도 요 이틀간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체온이다. 작은 생채기로 남아버린 손톱자국에 맞게 그가 손을 올리자 움찔한 스타일즈가 허리를 뒤로 빼버렸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시트위에 누웠는데도 멍이라도 든 모양인지 등이 쓰라리고 아팠다. 작은 신음소리에 데릭이 조금 걱정스러운 듯 스타일즈를 쳐다보았고, 스타일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뭘 확인하려는 건데요…?”
“네가 자꾸 변태니 어쩌니 하니까 불안해서.”
“…세상에, 데릭.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알아, 이 멍청아. 닥치고 옷이나 벗어.”
결국 스타일즈가 못 말린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 스타일즈의 웃는 얼굴을 보며 데릭은 가만히 스타일즈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그런 도발을 하고 사라진 것이다. 데릭은 뻔뻔스럽게 웃던 낯짝을 떠올렸다. 데릭은 가만히 스타일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두 번 다시는 안 뺏길테니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스타일즈의 모습에 데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시 스타일즈에게 입을 맞췄다.
시즌 3 잡설 포함. 스포 있음.
노기츠네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ㅔ
노기츠네 스타일즈는 시즌 3 통틀어서 최고로 완벽한 설정이었습니다. 다른 설정? 노잼이어도 상관없다. 그냥 노기츠네 스타일즈로 나에게선 게임 셋!
그래서 지금 24화 you can't kill me! 부분은 정말 몇번이고 되돌려 볼 정도로 너무 예뻐서 죽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노기츠네가 아예 소멸되어서 봉인된게 아니라 스타일즈 안에 좀 남아서 막 스타일즈가 약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막 그런 게.. 보고 싶었는데.... 현실은 시궁창.
나만 좋은가.
메이즈러너 때문에 보기 시작한 틴울프라 스타일즈x민호x스타일즈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아마 여기는 제가 생각하는 토마스x민호보다 훨씬 더
깨발랄하고 서로 시발 미친 욕하고 여자 뒤꽁무니나 쳐다봐도 그래도 역시 나에겐 너뿐이야! 같은 래파토리를 외칠 수 있는 그런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사이를
스타일즈는 그 나이 때 십대 청소년들에 비해 유독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면 이 세상 최고 베스트 프렌드가 늑대인간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그 늑대인간이 한 때 사랑에 빠졌던 여자 친구는 그런 늑대인간을 사냥하는 유서 깊은 헌터 가문의 장녀라던가, 유독 그와 자신을 싫어하던 한 소년은 도마뱀 인간이었다 이제는 늑대인간이 되었다던가... 스타일즈는 이런 것들이 이제는 너무 당연한 청소년들 중 하나였다.
스타일즈 스틸린스키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열에 일곱은 그를 장난꾸러기 소년으로만 생각한다. 그와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만이 그가 사실은 무척이나 상냥하고 지혜로우며,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사실은 그가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을 꽁꽁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스타일즈의 원래 성격 자체가 유쾌하고 활발한 장난꾸러기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 모습에 질렸다는 듯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참 낙관적이구나, 라고 쏘아대는 사람도 많았으나 단 한 명, 스캇만은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스캇은 알고 있었다. 스타일즈 본인 스스로 그렇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스타일즈의 최후의 방어막이었으며 절대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최근 스타일즈는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잭슨이 런던으로 간 이후 딱히 별다른 사건 사고가 없었기에 비컨 힐은 평화롭기만 했지만 오히려 스타일즈에게는 이런 상황이 폭풍전야같이 느껴졌다. 학교 끝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스캇이 스타일즈를 불러 세웠지만 스타일즈는 예의 그 화려한 말빨로 스캇을 돌려보냈다. 그러고서는 혼자 방안에서 쓰린 속을 달랬다. 스캇이 지금보다 더 강하고 본능적인 늑대인간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들켜서 딱히 좋은 사실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스타일즈가 잠을 통 잘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꾸는 꿈 때문이었다. 처음 스캇이 알파인 피터에게 물린 숲에 덩그러니 서 있는 꿈이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 숲 속 스타일즈는 언제나 혼자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보면 구름 속에 가려져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달은 항상 꽉 찬 보름달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울부짖는 늑대 울음소리에 스타일즈는 귀를 막았다. 곧 소리가 멈추고 고요함이 찾아온 숲 속, 스타일즈와 눈을 마주친 것은 붉은 눈의 늑대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섬뜩하리만치 빛나는 붉은빛에 스타일즈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곧 그의 주위로 다른 늑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붉은 눈의 늑대는 그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스타일즈를 바라만 보았다. 그러나 스타일즈는 그들이 하려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넌 우리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부정한 것이라는 듯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에 스타일즈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너무 아픈 것은, 금빛의 눈을 가진 스캇마저도 자신을 그렇게 본다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느낀 것은 명백하게 소외감이었다. 그 소외감은, 그 외로움은 한없이 스타일즈의 마음을 무너트렸다. 싫다는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꿈에서 깨고 나면 방 안에 홀로 남겨진 그 기분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스타일즈는 벌써 일주일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일즈, 너…."
"헤이, 스캇. 미안한데 지금 내가 리디아를…."
"스타일즈!"
스타일즈는 스캇의 고함소리에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강한 힘으로 내려친 사물함의 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스캇의 눈이 살짝 금빛을 띄었으나 그 이상의 변환은 없었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
"…아니, 아니야."
"스타일즈, 좀 들어봐. 너 지금 당장에라도 쓰러질 거 같은 사람처럼 보여. 내가 널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네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아니, 어쨌든. 그럴까봐 무섭다고."
스캇이 무어라 열심히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스타일즈는 도저히 스캇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타일즈는 곧 자신이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작이 온 것이었다. 스타일즈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아무도 없는 텅 빈 양호실이었다. 병원으로 당장 실려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아버지께도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또 덩그러니 남겨져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일어났나?"
"워, 데, 데릭…?!"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양호실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 목소리가 들려오자 스타일즈는 없던 잠도 확 날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데릭은 스타일즈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음…. 당신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 녀석이 부탁했거든."
오, 짧은 탄성 후 깊게 내쉬는 한숨에 데릭이 의아하다는 듯 스타일즈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그 뻔뻔하게 잘나보이던 얼굴은 어딜 가고 다 죽어가는 송장이 걸어 다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캇이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당연했다. 스캇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스타일즈에게서 풍기는 진한 부정의 향기를.
"대체 무슨 일이지?"
"와우, 지금 데릭이 날 걱정해주는 거예요? 놀라워라!"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낯짝을 하고 있는 꼴을 보니 데릭은 눈썹을 찡그리며 스타일즈를 쳐다보았다. 스타일즈는 그런 데릭의 시선을 피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꼭 그 붉은 눈을 볼 것 같았다. 시선을 피하는 스타일즈의 얼굴을 억지로 잡아 돌렸다. 데릭은 그의 눈에서 꽤 많은 걸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중 무엇보다 가장 커다랗게 자리 잡은 것은 불안과 공포였다.
“이거 놔요…!”
“뭘 그렇게 겁내는 거지?”
“…….”
“이제까지 그 뻔뻔한 낯짝은 어디 가고 겁만 집어 먹은 얼간이만 남았군. 대답해봐. 뭐가 그렇게 무섭지? 뭘 원하는 거지?”
쏟아지는 데릭의 질문에 스타일즈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어쩌면, 지금의 스타일즈에게 있어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데릭일지도 모른다.
“하하, 내가 뭘 원해요. 난 아무것도 원하는 거 없어요. 그러니까 데릭 이제 그만 비켜줄래요? 남들이 보기에 꽤….”
“스타일즈.”
“…….”
“나한테 거짓말은 소용없어.”
순간 스타일즈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데릭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정하며 고개를 흔드는 스타일즈는 어떻게든 데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발버둥치는 스타일즈를 가볍게 제압한 데릭은 스타일즈의 눈을 쫓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만, 그만해요! 보지 말라고요!”
“스타일즈.”
“나는, 나는…!!”
“스타일즈 스틸린스키.”
“…….”
“네가 원하는 것이 이건가?”
데릭은 가볍게 쥔 스타일즈의 손목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그 생경한 느낌에 스타일즈는 숨을 삼켰다. 어느새 데릭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고, 무서우리만치 날카롭게 솟은 송곳니가 스타일즈의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물어뜯을 것 같은 그 눈길에 스타일즈는 뒷목이 서늘해졌다. 창백한 피부에 송곳니가 박힌다고 생각한 순간 스타일즈는 믿기지 않는 힘으로 데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아니야.”
“피터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거부할 텐가?”
“나 같은 녀석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서 뭐할 건데요. 평생 시끄러울 걸요. 옆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떠들어 줄 테니까….”
“쉿. 그건 그렇군. 정말 시끄럽겠어.”
눈에 띄게 박동 수가 줄어든 스타일즈의 심장소리에 데릭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스타일즈의 불안감에 데릭은 가만히 침대 옆에 앉아 스타일즈를 바라보았다. 그 끈질긴 시선에 스타일즈는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꿈을 꾸는데…. 당신이랑 스캇이 나와요. 아마도 더 많은 늑대인간들도 함께.”
“더 많은 늑대인간?”
“네. 뭐, 아마도 셋, 넷…? 아무튼, 스캇이 처음 물렸던 그 숲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어요. 그리고 그 숲속에 당신들이 나오죠. 그리고 나는 언제나 혼자에요. 언제나, 혼자죠.”
“…….”
“스캇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그는 나를 밀어내버리고 말아요. 왜인 줄 알아요? 나는 인간이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당신도 나를 밀어내버리죠. 내가 늑대인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막상 당신이 날 늑대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씩 인간이 아니게 되고, 나를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데 나 혼자 이렇게 남아버리는 게 무섭다고요.”
“스캇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뭐, 요새 그 녀석 하는 거 보면 얼마나 서운한데요.”
불만스럽다는 듯 투정을 부리는 얼굴에 데릭은 순간 스타일즈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상냥한 손길에 스타일즈는 조금 놀란 얼굴로 데릭을 쳐다보았다.
“그래요, 나 빌어먹을 십대에요.”
“이봐,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당신 얼굴에 쓰여 있거든요. 아, 몰라요. 스캇한테 말하지 말아요. 그러면….”
“그러면?”
“쪽팔려서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데릭이 스타일즈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꽤 호쾌한 얼굴로 웃는 데릭의 얼굴에 스타일즈는 데릭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뭘 보냐는 듯 눈썹을 찌푸리기에 얼른 얼굴을 돌린 스타일즈는 그대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침대에 누웠다. 딱히 양호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데릭이 옆에 있다는 것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나가라고 나갈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스타일즈는 딱히 무어라 하지 않았다. 잠을 자면 어차피 또 그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이 조금 무서워서 잠을 자고 싶지는 않았다.
“잠이 안 오나?”
“…….”
“아니면 단순히 잠을 자기 싫은 건가.”
스타일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답해봤자 딱히 뭐라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스타일즈는 곧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깜짝 놀라 이불을 내리자 이불 째로 자신을 들쳐 업은 데릭의 얼굴에 스타일즈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뭐, 뭐에요? 데릭! 이봐요!!”
“시끄러운 놈.”
뒤늦게 스타일즈의 비명소리에 놀라 달려온 스캇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하나가 아닌 둘의 냄새를 맡고 말없이 웃었다. 곧 이어 휴대폰에 남겨진 문자에는 저녁에 찾으러 오라는 짧은 말 뿐이었다.
*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는 폐가에 덩그러니 놓인 스타일즈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얇은 천 이불을 온몸에 꽁꽁 감싸고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 중간, 중간 바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비명소리에 스타일즈는 덜컥 겁이 났다. 꿈속에서는 항상 손가락이 몇 개나 더 많이 달려있었다. 스타일즈는 천천히 손가락을 세 보았다. 열 개. 이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데릭? 이봐요, 어디 있어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스타일즈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붉은 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스타일즈는 무심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스타일즈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꼭 그러지 말라는 듯, 경고를 하는 목소리에 스타일즈는 가만히 그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스타일즈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꼭 손을 물어뜯길 것 같이 겁이 났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가만히 다가와 스타일즈의 손에 자신의 코를 비볐다. 스타일즈는 무릎을 꿇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맑은 붉은 눈에 선명하게 비친 자신의 모습이 한 없이 초라하기만 했다. 스타일즈는 가만히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기분 좋았다. 스타일즈는 그의 목을 감고 있는 제 손의 손가락이 열 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꽤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
“데릭?”
“쉿.”
스캇은 가만히 데릭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는 스타일즈를 발견하고는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요새 통 잠을 못잔 것 같이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 못내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그 피곤이 조금은 풀린 것 같은 모습이라 안심했다.
“생각보다 귀찮은 녀석이야.”
“부정은 못하겠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나랑 비슷한 녀석일지도.”
“…….”
“가. 더 이상 애 보기는 질색이니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데릭에게서 스타일즈를 받아든 스캇은 곤히 잠든 스타일즈의 얼굴과 다시 평소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얼굴로 돌아온 데릭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그가 무슨 수를 써서 스타일즈를 재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음에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한 번 더 해야겠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데릭의 체향에 스캇은 무의식중에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이렇게 강한 향기가 났던가. 스캇은 다시 뒤를 돌아 데릭의 집을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창문 사이로 비친 붉은 빛에 스캇은 픽,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틴울프 쫀잼. 아니 그냥 스타일즈가 너무 좋음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사흘? 만에 독파를 하고 시즌 4를 보려고 했더니 7화부터 자막이 없다... 이런...(ㅂㄷㅂㄷ
뭔가 스테렉이 인기가 많은 것 같기는 한데 딱히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자체연성!...은 이래봤자 하나 둘 쓰다 말지 않을까.
그보다 쓰다말다 하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다. 그냥 혼자 소외감 느끼는 스타일즈를 달래주는 데릭과 스캇이 보고싶었다. 암튼.
글렌은 괴로운 탄성을 터트리며 눈을 떴다. 텐트 밖에서 벌써 사람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잠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어설프게 눈을 비비며 일어나던 글렌은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단단한 팔을 보며 숨을 삼켰다. 떨어진 시선 끝 오랜만에 곤히 자고 있는 데릴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곧 속옷만 덜렁 입고 있는 꼴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말았다.
“…….”
곧 뒷목이 서늘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아침 날씨는 이상하리만큼 쌀쌀했다. 조심스럽게 데릴의 팔을 치우려 하자 짧은 욕설과 함께 데릴이 눈을 떴다.
“아, 깼어요? 미안해요, 깨우려고 한 게 아니라….”
“시끄러워.”
“…그, 미안….”
갑자기 입술을 겹쳐오는 그 덕분에 글렌의 뒷말은 자연스레 먹히고 말았다. 버둥거리는 글렌의 위로 올라타 그를 밀어붙이는 데릴의 모습에 글렌은 마치 어젯밤이 되풀이 되는 것 같아 난처해졌다. 데릴이 훌륭한 사냥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같은 남자인데 이렇게 체격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혹시라도 그가 다칠까봐 진심으로 밀어내지도 못하는 글렌의 주먹은 데릴에게 있어 그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글렌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린 데릴은 말 그대로 글렌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도망가려는 혀를 붙잡아 옭아매고 그의 입안을 원하는 만큼 실컷 헤집으며 놀았다. 가끔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비음 섞인 신음소리가 미치도록 색스러웠다. 어설프게라도 맞춰보려는 글렌의 노력이 가상해 데릴은 최대한 상냥하게 그의 입술을 탐했다. 물론 그것은 데릴의 기준에서였지, 글렌의 기준에서는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는 것이 흠이었다.
“아… 침, 이거든요…! 읏, 데릴…!”
글렌은 속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신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체격 차이만 많이 나면 될 것이지…. 글렌은 고개를 저었다.
“꼬마야, 여기가 누구 텐트지?”
“…데릴 씨 텐트죠….”
“그래. 내가 나가기 전엔 아무도 이 근처로 안 와.”
이대로라면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 같은 글렌은 죽을힘을 다해 데릴을 밀어 내었다. 다행히 데릴은 순순히 물러나주었고, 글렌은 텐트의 구석으로 물러났다.
“나도 알고 있지만 아침은 너무하다고요. 오늘은 가서 식료품도 가져와야 하고….”
“뭐?”
“…네?”
“방금 뭐라고 했어.”
“식료품을 가져와야….”
순식간에 무거워진 데릴의 분위기에 글렌은 숨을 죽였다. 가끔, 글렌에게 있어 데릴은 무척이나 낯선 존재였다.
글렌은 데릴이 좋았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에게 목숨을 빚진 정도도 꽤 많았고, 도움은 수도 없이 받았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그에게 끌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글렌은 데릴이 온전히 데릴로써 살아남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하하 호호 떠들며 어울릴 정도는 되지 못할지언정 시선이 닿는 곳에는 있어야 했다. 글렌은 데릴이 그가 자신을 표출하는 것만큼 날카로운 사람은 못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작은 여자아이를 위해 꽃을 따줄 정도로 상냥했고, 말은 모질게 해도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을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다. 데릴은 단지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글렌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지?”
“데릴,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가야해요.”
“넌 그렇게 말하고 가서는 하마타면 저 세상 사람이 될 뻔했어, 알아? 거지같은 새끼들한테 붙들려갔을 때는 또 어떻고. 나 외에, 네 몸에 손대는 것들은 그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아. 그런 일을 만들 가능성을 주는 사람들 모두.”
“데릴.”
데릴은 가끔, 이 조그마한 동양인 꼬마 녀석이 너무 두려웠다. 데릴에게 있어 글렌은 잃는 것이 두려울 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 항상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모두 잃어버린 데릴이었기에 지금 살아있는 순간에도 절대로 무엇을 잡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소중한 것, 지키고 싶은 것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만든 순간, 그것을 앗아가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신물이 났다. 마지막으로, 이번만큼은 제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하나 생겼는데, 글렌은 이런 데릴의 속을 너무 훤히 꿰뚫고 있다. 그리고 데릴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았다. 자신을 모질게 대해도 그것이 상냥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렇게 결국 자신이 화를 내어도 그는 갈 것이다. 가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그를 보내주겠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글렌은 다 알고 있었다.
“아니, 내 이름 부르지 마.”
“데….”
“그 망할 다리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기 전에.”
글렌은 데릴의 말에 살짝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천천히 데릴에게로 다가왔다. 가볍게 데릴의 뺨을 감싼 손의 체온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로 그의 이마, 콧등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춘 글렌은 아예 데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싸 쥐었다.
“살고 싶어요, 데릴.”
“…….”
“당신과 같이 살고 싶어요. 이 세상이 다 글러먹었어도 상관없어요. 당신만, 당신만 같이 있어주면 돼요. 그러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요.”
입술에 가볍게 맞닿고 떨어지는 글렌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던 데릴은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을 탐했다. 글렌은 천천히 데릴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품에 자신을 맡겼다.
“……그, 달릴 수는 있게 해줘요….”
한창 글렌의 목에 입술을 묻은 데릴이 웃는 것이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긴장한 탓인지 잘게 떨리는 허리를 그의 탄탄한 손이 붙잡아주었다.
“좋아.”
글렌은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시발데레 아저씨 x 귀요미 풋 청년 조합은 세계제일!!!!!!!!!!!!!!!!!!
시즌 1 2화? 3화? 보자마자 데글에 뿅 갔는데 뒤로 갈수록 아무것도 없다면서요? 하긴 글렌한테는 여친도 있쟈나....(츄욱
뭐 언젠 그런 거 신경 썼나. 암튼 데글 좋아요 데글. 19세 드라만데 뭔들 못해. 데릴이랑 글렌이랑 뒹굴었으면 좋겠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