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7. 13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가슴 아픔'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베인은 무자비한 남자였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목석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은 틀린게 하나도 없었다. 베인은 그녀를, 탈리아를 사랑했다. 허나, 탈리아는 베인에게 안녕을 고했고 이제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베인을 너무나도 슬프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까 생각도 했었고, 소중한 그녀를 앗아간 그에게 복수를 할까 생각했지만, 모든 tv가 '브루스 웨인'이 죽었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세상이 정말로 허무해졌다. 사실, 베인은 믿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고? 그는 죽음에서도 살아나온 남자다. 고작 이런일로 죽을리가 없지, 하면서도 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베인은 하수구를 떠돌며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무척이나 강인한 전사였기 때문에 하루 이틀 먹지 못한다고 죽는 것은 아니었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떠나고 싶었지만 고담시는 어찌보면 철벽의 요새와 같았다. 그렇게 베인은 산 것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베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평소처럼 이런 저런 오지를 떠돌아다니면서 허무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참에, 베인은 우연히 길가에 서 있는 경찰차에서 내리는 청년을 보았다. 그 청년은 경찰복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경찰차에서 내리며 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경찰에게 고맙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정말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야, 존?"

"아마."

"국장님도 아쉬워하시잖아. 네 덕분에 이 도시를 구할 수 있었다고."

"내 덕분이 아니지. 그건, 순전히 베트맨 덕분이었어."

"네가 그 때 지하에 파묻혀 있던 경찰들을 구해준 건 사실이잖아."

 

청년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차의 주인인 경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자신이 가던길을 갔다. 베인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그 청년이 한 때 경찰이었으며, 지하에 갇힌 멍청한 경찰 3천여명을 구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딱히 지금와서 그에게 분풀이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고 있는 베인에게 그 날의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커질 수 있는 불꽃이었다. 베인은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가 으슥한 산동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며, 베인은 그가 '브루스 웨인'을 만나는 것을 목격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베인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가 죽을리가 없다. 그가, 그 베트맨이. 

그 청년은 웨인을 만나 한껏 시시덕거렸다. 잘 들리지 않는 웨인의 말에 아주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웨인 또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을 보자, 베인은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서 탈리아를 빼앗아간 남자는,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찾아 곁에 두고 행복해하는 꼴이라니. 거의 다 죽어갔던 복수심이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에게도 탈리아를 뺏긴 자신의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꽤나 오래간만에 베인의 삶에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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