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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애들이 키네시스를 뭐라고 부르지...?




6.

"날씨도 좋은데 나가서 놀아볼까요?"


점심시간이 지난 5교시의 수업은 정말 말 그대로 졸음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끊임없는 싸움에서 많은 학생들을 구원해준 것은 다름 아닌 그 수업의 교사였다. 키네시스는 그의 돌발적인 행동이 못마땅했지만 그도 특별한 능력만 뺀다면 여느 다른 고등학생과 똑같은 사람이었으니 크게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저번의 그 일로 아주 조금이지만 벽이 허물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혹시라도 장난이었어요, 라는 말을 하기 전에 우르르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키네시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가면서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딱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얀 마법사는 믿으면 안되는 존재지만, 정말 믿으면 안될까. 유나가 듣는다면 더위를 먹었냐고 소리를 지를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애들은 애들이다. 그리고 그 애들의 범주에는 키네시스도 끼어있다. 거의 다 죽어가던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온것만으로도 생기가 팍 도는 것 같이 행동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 중 가장 보편적인 피구를 하기로 한 아이들은 알아서 코트를 그리고 공을 가져오는 등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짝피구 하자!"

"그래. 솔직히 남자애들이 공 던지는 거 맞으면 아프잖아."

"그럼 그냥 공평하게 출석번호대로 짝 짓자. 설마 우리중에 썸 타는 애들 있는 거 아니지?"


한 아이의 말에 다들 미쳤냐며 꺄르르 거리는 것을 들으며 키네시스는 머릿속으로 출석부를 정리해보았다. 분명, 우리반은 수가 안 맞을 텐데.


"회장 혼자 남네."


아이들의 말에 자신에게로 시선이 쏠렸다는 것을 눈치 챈 키네시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살며시 지어보이며 경기에서 빠지겠다는 말을 하려던 순간, 자신의 어깨로 턱 하니 걸쳐지는 손을 애써 무시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그럼 회장은 저랑 같은 팀으로 하는게 어떨까요?"

"영쌤 최고!"

"봐주는 거 없는거예요!"


알아서 편을 가르고 코트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키네시스는 그의 멱살을 잡고 싶은 것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를 쏘아보았다.


"대체 뭐하자는 거야?"

"학생이면 학생답게 놀아보라는 배려입니다만?"


그니까 네가 굳이 왜 그런 배려를 하냐 이 말이지.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 번 어울리기로 마음을 먹은 키네시스는 서둘러 코트로 들어갔다.


짝피구의 룰은 간단하다. 앞에 있는 사람은 공을 맞아도 아웃이 되지 않지만, 뒤에 있는 사람이 공을 맞거나, 앞에 있는 사람을 잡은 손을 놓치거나 하면 둘 다 아웃이 되는 게임이다. 키네시스는 처음에 자신이 앞에 있으려다 자신보다 키가 조금 더 큰 그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의 뒤에 매달리기로 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이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것이 키네시스의 목표였다. 그런 키네시스의 말을 들은 그가 웃으며 말하길, 참 당신답다고 했다. 키네시스는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 세상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들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법을 쓰는 그에게 이 놀이판은 얼마나 우스울까. 그런 키네시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꽤 열심히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듯 했다. 이쯤되니 그가 정말 진심으로 우리 모두의 영어선생님을 연기하고 있는건지 약간 헷갈릴 지경이었다. 피구 게임에 승부욕을 불태우는 자신에게 당신답다는 말을 한 것 치고는 본인도 꽤 열심히 하지 않는가. 키네시스가 웃으며 말했다.


"뭐야, 꽤 열심히 하잖아."

"당신이 이기고 싶다면서요."

"...뭐?"

"이기게 해주려고 하는 겁니다."


키네시스는 하마타면 그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을 뻔 했다. 





7.

키네시스는 딱히 성실한 학생회장은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출석도 그다지 성실하지 못한 학생이기도 했다. 그가 학생회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회장인 유나의 적극적인 추천과 뒤지지 않는 성적, 그리고 한 몫 단단히 하는 인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나마 최근에서야 그 때문에 억지로 학교에 붙어 있어야 했으니 옛날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학생회의 일이 꽤 귀찮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것이 10년 터울의 소꿉친구의 잔소리는 꽤나 귀가 아팠다.


조용한 곳을 찾아 도서관에 들어온 키네시스는 처음으로 아주 느긋하게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보름이 넘는 기간동안 그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그의 이름값이 꽤 무거운 모양인지 그는 자신의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지 않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쯤되니 미리 걱정하는 것은 자신들만 피곤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차할 때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고 있자, 라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은 그들이었기에 키네시스는 지금 그의 뒤를 미행하는 것이 아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했다.


'물리 법칙'

'초자연적 현상'

'이 세상에 초능력자는 존재하는가'


꼭 자신을 놓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며 키네시스는 슬쩍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도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능력은 대체 어쩌다가 생겼으며, 이 능력 때문에 귀찮은 존재들과 엮이게 되었고, 둘도 없는 친구들을 만들기도 했다. 과연 이 세상에는 자신말고 또 다른 초능력자들이 생겨날까. 스스로 자문해봤지만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초능력자라. 제 앞에 있는 당신을 설명하는 말 같군요."

"......"


키네시스는 굳이 놀랐다는 것을 표출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온건지 키네시스가 바라보고 있던 책장의 책을 흥미롭다는 얼굴로 보던 그였다. 


"한 사람 더 있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저절로 책장에서 빠진 책이 키네시스의 손 위로 내려왔다. 정사각형 모양의 큐브를 돌려 맞추듯 이리저리 책을 돌려가며 살펴보던 키네시스는 곧 그 책을 그에게 건냈다.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그는 책을 받아들고는 아무 말 없이 웃어보이며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았다. 키네시스가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던 순간, 인기척이 들리며 그들이 있던 책장 사이로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이 고개를 내밀었다.


"도서관 닫을 시간이랍니다. 어머, 학생회장? 다른 아이들은 다 하교했는데 아직까지 안 가고 뭐하고 있니?" 


키네시스는 그와 사서 선생님을 번갈아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어 선생님께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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