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그것은 '좋아한다.' 와는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감정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명백하게 후자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호화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지자 헛웃음이 나왔다. 가끔은 이 모든 게 사실 전부 다 꿈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전부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좀 떨어져라, 제발.”

싫은데.”

 

꺼지라는 말이 턱 바로 밑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그것을 삼키며 바이루인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구하이의 팔을 손바닥으로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그렇지만 역시나, 그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억지로 짓누르는 그 팔에 바이루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구하이에게 놔달라고 요구했다. 매일 아침 이러는 것도 지겹지 않냐? 바이루인은 불만을 터트렸지만 구하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만족스럽다는 듯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을 주먹으로 딱 한 대만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 구하이!”

 

그 다짐은 기껏해야 1분도 가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뺨에 입술을 부비는 구하이에 바이루인은 결국 화를 내고 만다. 그러나 바이루인은 절대로 먼저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무언의 폭력으로 일갈할 뿐.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 내려치는 탓에 꽤 둔탁한 소리가 난다. 결국 구하이가 먼저 백기를 들며 나가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 . 아프다고!”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그냥 목석같이 가만히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건…….”

 

바이루인은 첫째로 말로 지지 않고, 둘째로 무력으로도 지지 않지만 딱 어느 상황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말문이 막히고 만다. 바이루인은 몇 번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바이루인을 보며 구하이는 못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금방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바이루인의 몸을 끌어안았다.

 

아니야, 됐어. 괜찮아.”

 

바이루인도 안다. 그의 아버지가 누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구하이는 참 좋은 사람이다. 바이루인은 허공에 어색하게 펼쳐져 있던 팔을 살며시 굽히며 구하이의 등을 끌어안았다.

 

인즈.”

.”

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어.”

 

물론 내 성격이 그렇게까지 끈질기고 인내심이 강한 편은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야. 너라면, 죽기 직전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 간절한 듯하면서도 순수한 진심이 담긴 고백에 바이루인은 아주 조금이지만 가슴 한 구석이 콱 막히는 것처럼 아려오는 걸 느꼈다. 사랑한다, 라는 감정은 굳이 사랑한다, 라는 표현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언어로, 아름다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저 조금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는 구하이의 마음에 온전하게 답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이었다. 아직은 좋아한다, 라는 말도 시작하지 못한 그에게 사랑한다, 는 감정은 너무나도 멀고 크게만 느껴졌다.

바이루인은 가만히 구하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은 이것이 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표현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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