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 쓴지 너무 오래돼서 재활치료라도 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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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의 얼굴은 아주 보기 불편할 정도로 구겨져있었다. 평소에도 잠을 그리 충분하도록 많이 자는 편은 아니었기에 어느정도 다크서클이 눈두덩이 가득 퍼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BAU 팀의 막내였으며 유일하게 서른을 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 말은 곧, 그가 그들 중 제일 어리고 제일 활기차야하며 제일 건강해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로시보다 더 늙어보였고 - 말이 그렇다는 거다. -, 연약해보이는 것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이니 이는 그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걸 뜻했다.


"리드, 솔직하게 말해봐. 몇 시간 잤어? 아니, 아니지. 잠은 잔 거야?"

보통 그런 질문을 하면 열에 아홉꼴로 리드는 아무렇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표현을 했다. 리드는 퀭한 두 눈으로 모건을 보며 말했다.

"65시간 하고 12분 52초... 동안 자지 못했어요."
"아, 그렇구나, 65시간... 뭐?! 65시간?"
"이틀 넘게 잠을 못잤다는 말이야?"

기겁을 하며 달려온 가르시아를 보며 리드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게, 그렇게 돼서. 푸스스, 부서지는 웃음소리에 가르시아는 알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안되겠다. 절대로 이대로 비행기는 못 타."
"하지만 오늘, 아까 사건..."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젓는 가르시아를 보며 모건도 합세하였다. 리드에게 잠을 자지 않는 일은 꽤 보편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법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두시간 꼴로 쪽잠이라도 자는 편이었다. 리드의 팔을 붙잡아 일으키며 협박조로 말하는 모건을 보며 리드는 어깨를 움츠렸다.

"네가 필요하면 연락할 테니까, 우리가 연락할 때 까지 잠 안 자면 가르시아한테 말해서 널 병원에 입원시킬거야."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은 왜 가요?"
"리드, 잠을 자지 않는 것도 아픈 거야."

평소에도 무섭게 들이닥치는 두 사람의 맹공을 더 이상 이겨낼 자신이 없던 리드는 두 손을 들며 항복선언을 했다. 

"하치는-"
"걱정 마. 하치도 알고 있을거야. 네 컨디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별로라는 거."

가르시아의 말에 리드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사실은, 중얼거리는 리드의 목소리는 빨리 모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로시의 말에 묻혔고 가르시아는 얼른 하치에게 리드의 부재를 알리기 위해 모건의 뒤를 쫓아갔다. 어느새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던 리드는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상하게 속이 쓰렸다.




"좋아, 이 천재 마법사가 네 고민을 들어줄게. 뭐든 얘기해봐."
"네?"
"아로마 향초에 허브티, 푹신한 담요와 베개. 그 무엇도 너에게 단잠을 가져다주지 못했잖아. 결국 그 조그마한 머리가 또 마구마구 꼬였다는 말이니까. 얼른, 말해봐."
"으, 그게..."
"연애고민?"
"네?!"
"진짜?"

동그랗게 커진 리드의 눈을 보며 리드 못지 않게 크게 떠진 눈을 도르륵 굴리며 가르시아가 중얼거렸다. 지니어스 키드가, 지니어스 어덜트가 된다니. 오, 세상에. 가르시아는 차디찬 리드의 두 손을 꼭 쥐었다. 파르르, 어깨를 떤 리드는 당장이라도 가르시아의 사무실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래, 그래서. 뭐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는건데?"

가르시아는 현명한 사람이다. 다짜고짜 리드의 연애 상대를 캐물을만큼 하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리드는 입을 앙 다물어 버렸다. 일자로 다물어진 리드의 입을 보며 가르시아는 미소 지었다. 그 때 마침, 타이밍 좋게 울리는 벨소리에 가르시아는 아쉬운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리드가 가르시아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외쳤다.

"아,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응?"
"가르시아만... 알아달라구요."
"그럼 나한테 무슨 고민이 있는지 말해줄거야?"
"윽, 그건..."
- 헤이, 베이비 걸. 
"헤이, 안녕, 마이 보이. 글쎄, 우리 지니어스 키드에게..."
- 리드? 리드가 왜?
"가르시아! 아,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아니, 아직 잠을 못 자는 거 같아서 고민이라구. 초콜릿이라도 가져다줄까? 자기를 닮은 달콤한 초콜릿말이야."
- 스피커폰이야, 가르시아. 
- 리드는 괜찮나?
"여러분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신지 벌써 6시간이 지났으니, 우리 박사님이 잠을 못 이룬지 75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말이네요. 그래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슬쩍 뒤를 돌아본 가르시아는 간이 침대에 바짝 몸을 둥글게 말고는 담요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리드를 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웃었다. 자는 척 하기는.




굳이 의무실이나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리드는 병원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가르시아가 곁에 붙어있어주는 편이 훨씬 안심이 되었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돌봐주는 것에 대한 성의를 조금이라도 보이기 위해 리드는 잔뜩 몸을 웅크렸다. 이제 90시간이 넘도록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머리가 맑지 않다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빠르게 들리는 키보드 타자음에 오히려 기분이 안정되었다. 리드는 한 시간도 빠짐없이 가르시아의 사무실에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봤자 또 책이나 읽고 있을 자신의 모습이 훤했고, 사건은 이제 막 종결을 향해가고 있으니 그냥 사무실에 남아있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 사이 가르시아를 새벽이 넘으면 집으로 보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날도 있었다. 

"좋아, 범인은 잡았다고 하네. 다들 무사히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하고."
"다행이네요."
"여전히 잠은 자지 못했구나."
"미안해요, 가르시아."
"대체 무슨 고민이 잠을 못 이루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거야?"

리드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잠을 못 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정신은 멀쩡했다. 가르시아라면, 가르시아한테라면. 리드는 한참이나 고민했다. 크게 한숨을 내쉰 리드는 가르시아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비밀, 지켜줄거죠?"
"그래, 뭐든 말해봐!"
"사실 제가 하치에게 고백한지 오늘로 딱 21일하고 2시간이 되어가는데..."
"아, 네가 하치에게 고백을... 뭐?!"
"가르시아."
"하치? 하치너? 내가 알고 있는 우리 BAU팀의 팀장인 특수 선임 요원 애런 하치너?"
"가르시아가 말하는 하치너라는 사람이 전직 검사에, 잭이라는 귀여운 아들이 있고 매일 이 사무실에서 제일 늦게 나가는 프로파일러라면 맞아요, 그 사람."

오, 세상에. 가르시아는 방방 뛸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발을 굴렀다.

"그래서? 지금 너랑 하치랑..."
"...사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 하치가 받아줬거든요."

사실 그 부분은 저도 아직까지 이해를 못하겠는데, 어떻게 하치가 저 같은 걸 받아줬을까요? 저는 헤일리처럼 예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불론디도 아니고 키만 멀대같이 큰데...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하는 자기비하에 가르시아는 그막하라며 빽 소리를 질렀고 리드는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리드. 내가 여러차례 말했지만 너는 정말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야. 그리고 우리 모두가 널 사랑하지. 넌 사랑받을 자격도,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도 충분해."
"...고마워요, 가르시아."
"그래서 우리 꼬마 지니어스가 하치와 연애를 한다는 아주 놀랍고도 특별한 사실을 알았으니. 뭐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거야? 불안해서? 아니면 이 상황들이 믿기지 않아서?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게 꿈일까봐?"
"역시 지혜의 여신은 다르네요."

희미하게 웃는 리드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워 가르시아는 리드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리드가 느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 둘이 만나 사랑을 고백하고 관계를 맺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 말이다.

"누구나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가지길 원하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고민하는 건 당연한거고, 그것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당연할 수도 있는거지."
"가끔 나는 내가 정말 이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멍청이는 아닐까 고민해요. 사실 내 IQ는 87이라던가."

리드의 말에 가르시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가르시아는 여전히 리드가 자신이 건네준 분홍색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을 보며 좋은 생각이 났다며 리드의 팔을 끌어당겼다. 아무런 저항없이 끌려오는 리드를 보며 가르시아는 당찬 걸음을 내딛었다.

"가르시아?"
"내 생각엔 여기라면 네가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아."
"하치의 사무실이요?"

가르시아는 하치의 사무실에 리드를 덩그라니 남겨두고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것들을 양 손 가득 들고 왔다. 여전히 쿠션은 리드가 들고 있었다. 가르시아는 하치의 책상에 아로마 향초를 올려두고는 리드를 소파에 앉혔다. 얼른 누워보라는 가르시아의 말에 리드는 일단 고분고분 가르시아의 말을 들었다. 

"하치랑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한 게 언제야?"
"데이트요? 둘이서 사건 조사 하러 같이 다니는 거요?"
"오, 리드. 물론 그것도 일종의 데이트가 될 수 있겠지만 둘이서 같이 식사를 했다거나, 같이 단잠을 즐겼다거나?"
"......"
"그 반응 뭔지 알 거 같다. 해결사 가르시아가 말씀하시길, 오늘 넌 잠을 잘 수 있을거야. 그리고 일어나면 너에게 필요한 걸 찾을 수 있을거야. 그러니 이제껏 그래왔듯 날 믿고 한 번 눈을 감아봐."

리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무실은 정말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평소라면, 아니 혹시 어쩌면, 하치가 여기 있다고 생각하니 사각이는 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순간 눈을 감고 있는 어두운 시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난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좋은 징조였다. 리드는 정확히 21일 전, 오늘과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가르시아는 역시 똑똑하다. 리드는 천천히 잠에 빠져 들었다.




하치는 콴티코에 돌아오자마자 가르시아의 사무실을 찾았다. 텅 비어있는 그곳에는 어질러진 간이침대는 있었지만 정작 리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새벽 5시에 가까워진 시간이었기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가 미안했다. 하치는 바쁜 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건 마지막에 든 생각이었다. 어째서 리드가 이 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하치는 조심스럽게 사무실의 문을 열었고, 곧 쓴웃음은 아주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하치는 아주 조심스럽게 소파로 다가갔다. 긴 다리가 어정쩡하게 소파 바깥으로 튀어나와있었다. 하치는 자신이 걸치고 있던 재킷을 리드에게 걸쳐주었다. 담요를 덮고 있어 딱히 추워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그리 깊게 잠든 것은 아닌 모양인지 뒤척이는 리드를 보며 하치는 그 자리에 못이 박힌듯 서있었다.

"...하치?"
"...이런, 깨워서 미안."

리드는 부스스한 머리를 애써 빗어넘기며 웃어보였다.

"가르시아는 정말 대단해요. 하치 사무실에서라면 어떻게든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정말로 잠을 잤네요. 오랜만에, 아주 푹."
"머리가 아프다거나 그런 건 없고?" 
"네, 아주 상쾌해요."

허리를 일으키고 난 후에야 자신의 어깨에서 툭 떨어져내리는 하치의 재킷을 보고 리드는 멍청한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있죠, 제가 하치에게 고백한 날 기억해요? 정확히 3주 전, 이 사무실에서."
"물론이지."
"그 때도 똑같았어요. 하치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면서 86시간 동안 잠을 못잤어요."
"뭐?"
"화내지 말아요. 사실 이번에도 모건이랑 가르시아가 잠이나 자라고 하지 않았으면 쫓아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리드."
"그 표정 뭔 줄 아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 알았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으,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첫번째로 가르시아에게 모든 걸 말해버렸어요. 제가 하치에게 고백했고 하치가 받아줬고 어쨌든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걸요. 그러고 두번째로 가르시아가 모든 걸 알았기 때문에 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줬죠. 가르시아가 저보다 천재일지도 몰라요."
"스펜서 리드."
"난, 난 당신이 필요해요."

방금 전과는 다르게 절박함이 묻어있는 목소리나, 표정에 하치는 리드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나 불안하게 만드는 가에 대하여 하치는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넘겨짚을수는 없었다.

"내가 잠을 자기 위해서, 내가 스펜서 리드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애런 하치너, 당신이 필요하다고요. 그 날도 86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당신에게 엉망진창인 얼굴로 고백하고 당신이 그걸 받아줬을때 나는 그 날 잠을 잘 수 있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에요. 또 수십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 당신의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리 와."

하치는 단숨에 리드를 소파에서 일으키고는 단단한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분명 여성의 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른 체구가 한 품에 쏙 들어왔다. 하치는 천천히 리드의 등을 쓰다듬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한 번 만 안아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네 얼굴에 그렇게 써있었으니까."

하치의 말에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린 리드는 천천히 그의 등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든든한 어깨와 등이 자신을 기대어주고 품어주는 것 같았다. 

"계획을 바꿔야겠어."
"계획이요?"
"그래. 사건 보고서는 날이 밝으면 쓰는 걸로 하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같이 가겠어?"
"어, 어디를요?"
"우리 집. 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재킷을 도로 입고는 사무실을 나서는 하치를 보며 리드는 또 다시 멍청한 얼굴로 사무실에 덩그라니 서 있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연인 사이가 된 지 3주만에, 리드가 처음으로 그의 연인 타이틀을 달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는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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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범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잠을 잘 생각이었던 리드는 뜻밖의 불청객에 모든 계획이 산산이 조각났다. 문을 열자마자 자신과 함께 집으로 들이닥치는 남자를 보며 총을 꺼내려 했지만 너무나도 쉽게 제압당했다. 평소에도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는 그 때도 틀림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두 배는 더 빠르게. 리드는 소리를 지르거나 거칠게 몸부림을 치며 반항하지는 않았다. 그 어느때보다 침착하게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온 남자를 살폈다. 남자는 아주 쉽게 리드를 제압하고는 그의 총과 가방을 저멀리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리드를 침대 위로 처박았다. 우악스럽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려 드는 남자를 보며 이제는 진심으로 몸부림을 쳐야한다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남자와의 덩치차이는 흡사 모건과 자신의 차이쯤이었다.
리드는 모건에게 호신술 몇 개를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모건을 상대로 연습을 한 일들이었으니. 무릎을 세워 남자의 배에 있는 힘껏 내리꽂은 후 남자의 팔에 다리를 걸어 있는 힘껏 몸을 뒤집었다. 기괴하게 뒤틀린 팔을 보며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남자의 위로 손에 잡히던 걸 있는 힘껏 쥐고는 갈겼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며 박살이 나는 작은 상자를 보며 리드는 혀를 찼다. 아끼던 거였는데.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남자에게 있는 힘껏 몸을 부딪힌 리드는 그가 곧 벽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나만 보면 그러는 지 모르겠네요. 이건 통계학적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요. 으, 아파라..."

리드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금방 도착한 경찰관에게 FBI 신분증을 보여준 리드는 미소를 지으며 기절해있는 남자를 무단가택침입 및 상해죄로 넘겼다. 조용히 처리하길 원해요, 라는 부탁아닌 압박을 슬그머니 밀어넣으며 리드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1, 2, 3... 정확히 3초만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스펜서 리드..."
- 당장 그 집에서 나와.
"하치, 전 괜찮..."
- 당장.

조용히 처리하길 원한다는 건, 이런 소식이 하치의 귀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었으나 실질적으로 그것은 불가능에 더 가까웠다. 신고자가 스펜서 리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BAU팀의 모두가 알게되는 건 당연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리드는 가방을 챙겨들고는 집에서 나왔다. 문을 잠그는 것 또한 잊지 않고.

리드는 하치의 집으로 향하며 올해 비슷한 사건이 몇이나 있었는지 속으로 가늠해보았다. 벌써 이번달에만 오늘로 3번. 리드는 저도 모르게 매고 있던 가방의 끈을 꼭 쥐었다. 리드는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키는 크나 깡마른 체구에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못한 얼굴을 보며 리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들어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많이 받는지에 대해 도저히해도 납득이 불가능했다. 적당히 돌려말한 표현이 공격을 받는다는 거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성적인 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껏 한 번도 순순히 당한 적은 없다. 처음에는, 거의 당할 뻔 했지만. 그 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리드는 얼른 하치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치, 저예요."
"그래."

순순히 하치의 집으로 발을 들인 리드는 소파에 가방과 총을 내려놓고는 곧장 하치의 침대로 향했다. 마치 제 것인양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아 걸치고 있던 모든것을 벗어내는 리드를 보며 하치는 의외로 당황한 기색을 여실히 내보이며 리드의 손을 붙잡았다.

"리드?"
"답답해서요."

어느새 셔츠 한장만 덜렁 남겨놓고 모든 옷을 방바닥으로 밀어낸 리드는 그제야 크게 심호흡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남자가 갑자기 밀고 들어왔어요. 총을 꺼내려고 했는데 금방 놓쳤고요. 소리를 지르는 건 소용이 없으니 잠자코 있다가 그 남자가 절 침대로 밀어서 넘어트렸을 때, 그 때..."
"쉿, 리드."
"괜찮다니까요."
"괜찮다는 사람은 그렇게 떨지 않아."

하치는 천천히 리드의 옆에 앉아 리드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투박하면서도 전혀 따뜻하지 않은 손에 오히려 리드는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여전히 당신 손은 차네요, 하며 웃는 리드를 보며 하치는 천천히 리드의 뺨을 쥐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호신술이 유용하긴 하더라구요."
"팔을 비틀었다고?"
"네, 그리고 늑골에 무릎을 찍었어요."
"그건 좀 많이 아플 거 같은데."
"모건이 그러랬거든요. 그리고 손에 집히는 대로 남자의 얼굴에 집어 던졌는데..."
"그런데?"
"하필 하치가 선물해준 수납장이었어요. 그거 엄청 아끼는 거였는데."
"또 만들어줄게."

오늘 들었던 말 중에 최고로 좋은데요. 활짝 웃는 리드를 보며 하치는 리드의 어깨 위로 이불을 덮어주었다. 리드는 가만히 하치와 눈을 맞췄다. 분명히 아직 할말이 많이 남아있는 듯 했으나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는 듯 했다. 퍽 하치답지 않은 행동이었으나, 리드는 하치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순전히 자신의 편의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이 한 번 더 일어난다면..."
"일어난다면?"
"그 땐, 제가 이 집에서 살게요."

리드는 하치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그 말에 하치는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리드의 새끼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처음 리드가 하치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벌써 반년전이었다. 그 말은 곧 리드가 첫번째로 사고를 당한 것이 반년 전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리드는 아주 단호하게 하치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같이 지내는 게 어떻냐는 말은 단순하게 끝낼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꼭 사고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 같은 얼굴이네요."
"네가 이렇게 만든거야."

오, 리드는 개구지게 웃고는 얼른 베개맡으로 도망쳤다. 그러다 문득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을 해보이며 물었다.

"그보다, 왜 다들 나한테 그러는 거예요?"
"뭐가?"
"하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키득거리는 리드를 보며 하치는 꽤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팔짱을 단단히 꼈다. 금방 침대위로 올라온 하치는 여전히 장난스레 웃고 있는 제 연인의 이마 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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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의 정의를 내리자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언어로 늘어놓을 자신은 있다. 그럼 분명 모건이 그러니까 네가 연애를 못하는 것이라며 한 소리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럴지도, 항상 부인해왔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아마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그가 알면 아주 박장대소를 하며 자그마치 3년을 놀려먹을만한 짓을, 리드는 하고 있었다.


"리드? 이 시간에 어쩐일로..."
"혹시 괜찮으면 들어가도?"
"그래, 물론이지."


리드는 하치의 집에 들어가면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지 검사받을 일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허리춤에는 나 좀 보소, 하고 떡하니 총 한자루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에게 위협이 될리 없다고 믿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리드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다.


"비오는데 우산도 없이.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하치는 리드에게 마른 수건을 건네주고는 티포트에 물을 채우고는 전원을 켰다. 리드는 문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그의 카펫을 축축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말에 그는 신경쓰지 말라 덧붙였다. 비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리드는 수건을 쥐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기, 하치."
"그래."
"사랑의 정의가 뭘까요?"


리드는 자신이 굉장히 뜬금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한번 뚫린 입은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조용히 그의 반응을 기다리다 그가 서로 호감이 있는 사람들끼리 애정을 나누는 것이겠지, 하며 덧붙이자 리드는 두 눈을 깜빡였다.


"-호감이 있는 사람들끼리."
"무슨 문제라도 있어?"
"흔히들 사랑이라하면 남자와 여자, 즉 이성애자들이 서로 호감을 내비치며 애정을 나누고 스킨쉽을 하는 일련의 그 모든 과정을 뜻한다, 라고 말하죠."
"보통은 그렇게 말하겠지만 너와 나는 보통과는 거리가 멀잖아. 당장 내일 우리에게 전달될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


이런. 리드는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을 있는 힘껏 꽉 쥐었다. 방금 발언은 상상 이상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리드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하는 행동을 멍청하게 반복했다.


"만약 제가, 그러니까 제가..."
"네가, 뭐?"
"사랑을 한다면...그게, 할 수 있다면..."
"리드."
"그러니까 제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좋아한다 고백하고..."
"스펜서 리드."


따로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리드는 하치가 자신이 하는 말을 도중에 끊는 일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건 비단 하치만이 그러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리드. 넌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제가..."
"그걸 물으러 여기까지 온 건가? 네가 사랑을 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물으러?"
"아, 아뇨."
"그럼?"
"제가, 그러니까 스펜서 리드라는 사람이..."
"그래, 네가."
"...애런 하치너라는 사람을 사랑해도 괜찮을까요? 할 수 있을까요?"


리드는 할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OMG. 가끔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모를때가 많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리드에게 있어 가장 낯설고 무서운 일이었다. 방대한 지식으로 제 감정을 감싸안고 무장하는 그에게 있어서는.
가볼게요, 가봐야겠네요. 리드가 급하게 또 다른 말을 쏟아내며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기막히게도 요란한 소리를 내던 티포트의 스위치가 꺼졌다. 물이 다 끓었다는 뜻이었다. 그 소리에 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리드의 손에서 수건을 가져간 하치는 직접 리드의 머리 위에 수건을 얹고는 적당히 긴 그의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냈다.


"물론 할 수 있지."


리드는 자신이 그 어떠한 것이라도 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분명 그것을 반드시 놓쳤을거라 확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리드는 자신의 머리를 말리며 희미하게 웃고있는 하치를 보며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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