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할까?" 

브랜트의 한숨에 드물게 이단이 얼굴을 구겼다. 뭘? 너무나도 뻔한 물음에 브랜트가 한껏 미소 짓고는 이단의 가슴팍을 검지로 꾹 찍어 눌렀다. 

"뭐긴 뭐야. 너랑 나지." 
"브랜트." 
"지쳤어, 나." 

생각지도 못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하려고 애쓴 적이 없는 브랜트의 말에 이단은 순식간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단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싫어. 안 돼. 그러자 브랜트가 얼굴을 구기며 빈정거리며 쏘아붙였다. 

"이제 와서 나한테 뭐라도 생겼어?" 
"이제 와서라니." 
"이제 와서, 지." 

계륵이야? 남 주자니 아깝고. 이단은 브랜트의 말에 저도 모르게 화를 내며 브랜트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여전히 단단한 팔의 근육은 그대로였지만 처음 그 팔을 잡았을 때보다는 얇아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단은 눈을 치켜떴다.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이단-" 
"뭐가 문제야." 

브랜트는 이단의 팔을 아프지 않게 정중히 떼어내고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기까지야. 이 이상은 묻지도, 알려고 하지 마. 명백한 거절에 이번엔 눈앞이 새하얘졌다. 
신은, '이단 헌트'라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원치 않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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