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그 날의 꿈을 꾼다.
그 날의 꿈은, 그 날은 나의 숨을 막아버린다. 숨을 쉬는 행동 자체가 괴롭다는 것을 느끼며 무력해진 몸뚱이가 가라앉음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괴롭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괴롭다는 건 사치나 다름이 없다. 그걸 내가 누릴 자격이나 있나. 

브랜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약한 인간이었나.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존심이 무너진 거겠지. 브랜트는 가만히 제 옆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이단을 내려다보았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미소가 얼굴에 떠오른다. 그럼에도, 브랜트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 무너져 내린 성을 다시금 쌓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 브랜트는 가만히 이단의 옆에 눕고는 숨을 들이켰다. 고요하게 울리는 숨소리가 브랜트의 귓가에 울렸다. 그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새근, 새근. 브랜트는 소리 내어 웃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심장을 간지럽히는 그 소리에 브랜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저 멀리 다 무너져버린 성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브랜트는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너져내린 성과 브랜트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가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브랜트는 그 미소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는 대답이 없다. 브랜트는 이것이 자신의 꿈 속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단은 말 없이 브랜트의 손에 권총 한 자루를 쥐어준다. 브랜트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와 권총을 번갈아보았다. 브랜트는 망설임 없이 권총을 제 관자놀이에 겨눴다. 그러자 이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지, 브랜트. 브랜트는 또 다시 왜, 라는 물음을 하지 않았다. 브랜트는 이단을 향해 총을 겨눴다. 이렇게 하라고? 그러자 이단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브랜트는 그런 이단을 보며 따라 웃었다.

"잔인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이단은 고개를 저었다. 브랜트는 기가 찼다. 아무리 내 무의식이지만, 너무하는 걸. 이단은 천천히 브랜트의 앞으로 걸어왔다. 총구가 정확히 그의 심장을 향해 있었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손이 떨렸다. 내가 정말 이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어쩌려고 그래. 브랜트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단의 얼굴에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쏴."
"싫어."
"쏴야만 해, 브랜트."

너도 알잖아, 그래야만 한다는 걸. 이단의 말에 브랜트는 심장이 철렁이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이지. 브랜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전히 이단은 웃고 있었고, 브랜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브랜트가 고개를 저었지만 이단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쏘라는 말도, 쏘면 안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브랜트는 그런 이단이 미웠다. 그는 자신이 해답을 알고 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네가 이 성을 무너트렸기 때문에?"
"그래."
"나는 너에게 복수를 해야하는 거고."
"그렇지."
"그리고 다시 성을 쌓아야만 하지."

브랜트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권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단은 여전히 브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브랜트는 방아쇠를 당겼다.

"엿이나 먹으라지."

허공에 쏘아진 총알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열음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한 없이, 더욱 한 없이. 브랜트는 이단에게 쥐고 있던 권총을 던져버렸다. 다시 안전장치를 했던가,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얼떨결에 총을 받아든 이단은 살풋 미간을 찌푸리며 브랜트의 이름을 불렀으나 브랜트가 한 발 빨랐다. 순식간에 이단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네가 이 성을 무너트렸지."
"그렇다니까."
"그럼 네가 다시 세워. 나보고 세우라고 하지 말고."

브랜트는 이단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웃었다. 

"힘들고 귀찮은 일은 왜 다 내 몫이야? 네가 직접해."
"네 성이잖아?"
"알게 뭐야. 내 거, 네 거해."

마치 브랜트의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단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도 돼?"




삑, 삑. 빌어먹을 알람시계. 브랜트는 신경질을 부리며 눈을 떴다. 누구야, 토요일 아침에도 알람 켜둔 사람이.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신 브랜트는 서둘러 한 팔로는 눈을 가리고, 반대쪽 팔을 길게 뻗어 알람시계를 찾았다. 허공에서 헤매는 브랜트의 팔을 붙잡은 것은 이단이었다. 이단은 피식, 웃으며 브랜트 대신 알람시계를 꺼주었다.

"일찍 일어났네."

브랜트의 물음에 이단은 그냥, 이라 말하며 브랜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브랜트가 실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징그러워."
"왜 일어나자마자 날 갈구는 거야?"

잠자리가 사나웠어? 브랜트는 제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 이단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꽉 붙잡았다. 딸려온 이불이 이상하게 감기고 나서야 이단은 브랜트가 여전히 잠에 취해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단."
"왜?"
"난 절대로 널 쏘지 않을 거야."

이단은 브랜트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브랜트의 눈을 손으로 덮어주었다.

"네가 쏜다고 해도 내가 피할거니까 걱정 하지 마."

풋, 브랜트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고는 팔을 휘둘렀다. 이거 떼, 앞이 안 보여. 늘어지는 브랜트의 목소리에 이단은 미소 지었다. 이제 기분이 좀 풀렸나보네. 이단은 브랜트의 허벅지를 가볍게 쳤다. 얼른 일어나. 헌리가 불렀어. 아, 왜 또. 이단의 허리를 기둥삼아 감은 다리에 바짝 힘을 주며 허리를 일으킨 브랜트는 잔뜩 표정을 구기며 한탄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그럼 쉴래?"
"허, 또 너희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브랜트는 다리를 침대 밑으로 떨구며 고개를 흔들었다.

"커피."
"네, 네."

거실 한 켠으로 사라지는 이단의 등을 바라보며 브랜트는 침대 옆 서랍장 위에 놓여있던 총을 집어들었다. 하나의 총알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브랜트는 미소 지었다.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  (2) 2015.09.21
[이단브랜] 별빛  (2) 2015.09.20
[이단+브랜/뉴트+민호]  (2) 2015.09.18
[이단브랜벤지] If You, 번외  (7) 2015.09.16
[이단브랜벤지] If You  (6) 2015.09.14




정신나간...

이걸 스코치 스포라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정말 완전히 내용을 싹 다 바꾸지만 거의 의식의 흐름이나 마찬가지라 스포 주의





뭘 쓴거냐

내가 아냐...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 별빛  (2) 2015.09.20
[이단브랜] 성  (0) 2015.09.19
[이단브랜벤지] If You, 번외  (7) 2015.09.16
[이단브랜벤지] If You  (6) 2015.09.14
바튼 낙서  (0) 2015.09.13



▶ [이단브랜벤지] If You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 성  (0) 2015.09.19
[이단+브랜/뉴트+민호]  (2) 2015.09.18
[이단브랜벤지] If You  (6) 2015.09.14
바튼 낙서  (0) 2015.09.13
[이단브랜] 향, 번외  (0) 2015.09.12



굉장히 취향타는 분위기 + 클리셰

주로 벤지와 브랜트 위주.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뉴트+민호]  (2) 2015.09.18
[이단브랜벤지] If You, 번외  (7) 2015.09.16
바튼 낙서  (0) 2015.09.13
[이단브랜] 향, 번외  (0) 2015.09.12
[이단브랜] 향, 속편  (4) 2015.09.12




많이 그린 건 아니지만








'A > J. 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브랜벤지] If You, 번외  (7) 2015.09.16
[이단브랜벤지] If You  (6) 2015.09.14
[이단브랜] 향, 번외  (0) 2015.09.12
[이단브랜] 향, 속편  (4) 2015.09.12
[스팁바튼] 같은 꿈을 꾸다  (0) 201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