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데미안은 자신이 지금 꿈속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바보 같긴. 누구를 향한 비웃음인지 모를 조소를 흘려보내고 나서야 와락, 얼굴을 구겼다.

꿈이란, 현실이 아닌 것. 그러나 온몸을 휘감은 불쾌함은 상상 이상으로 현실적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자 무의식의 세계가 조금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

데미안은 곧장 칼을 구현해냈고,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신기한 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순간 세상이 무너진다. 힘없이 늘어진 몸뚱이도 같이 무너졌다.


"깼어?"


익숙한 목소리에 겨우 고개만 돌려 옆을 바라본 데미안은 희미한 미소를 걸치고 있는 딕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딕의 그런 미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브루스가 아니어서 실망했어?"


딕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데미안의 이마를 소매로 닦아 주었다. 데미안은 그제야 자신의 온 몸에 땀이 뻘뻘 흘러 옷이고 시트고 축축해졌음을 깨달았다. 꿈속에서는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았던 일이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아니.”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신경을 긁었지만 차마 목을 가다듬을 힘도 없었다. 딕은 퍽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상 한 마디를 더 거든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버지가 아닌, 네가 있었다는게. 데미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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