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원했던 일도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명백하게 죽었다 살아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제이슨은 그 자체가 불쾌하게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냈다.

지금은? 그걸 말이라고 해? 불쾌하지. 다 낡아빠진 소파에 몸을 기울이고 곰팡이가 필 듯 말듯 눅눅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별로 집중할 필요도 없이 남자가 있는 곳이나 그 주변이나 몹시도 조용한 탓에 고른 숨소리가 퍼지고 사그라지는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들렸다. 제이슨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가늠해본다. 저 천장에 곰팡이가 피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아니면?


빌어먹을. 제이슨은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의 숨소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냐하면, 금방이라도 아예 사라져버릴 것 같이 너무나도 작다는 것이었고 남자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냄새가 너무나도 불쾌했고 짜증이 난다는 것이었다.

제이슨은 그 공기의 냄새를 역겨울 만큼 잘 알고 있었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죽음과 가까운 냄새. 그 땐 몰랐지. 한 번 죽고 살아본 후에야 남자의 곁에는 늘 이런 냄새가 지독하리만큼 풍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 마음대로. 그건 안 되지. 절대 안 돼. 제이슨은 가볍게 몸을 일으키고는 남자의 곁에 바로 누웠다. 남자는, 그는, 정말로 곧 죽을 사람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으나 소파 위에서 들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생기 있게 들리는 숨소리에 눈곱만큼의 안도감을 느끼며 제이슨은 둥글게 등을 말고서는 그의 곁에 쥐 죽은 듯이 소리죽여 누웠다.


언젠가, 그 언젠가에는 당신을 바라보며 누운 적도 있었는데. 제이슨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울상이 되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딱딱하게 굳어 차가워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남자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정신 이상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의 높낮이에 처음에는 많이 혼란스러워했던 적도 있었던 것을 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가장 작고도 큰 의문점이 남아있다는 것 또한 안다. 제이슨은 아주 조심스럽게 남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몸을 돌렸다. 둥글게 만 등은 여전했다. 남자의 곁에 누워있는 동안 그 등이 펴질 일이 있기나 할까.


브루스. 제이슨은 결코 소리 내어 남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그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감내하면 마지막에는 누군가 자신을 향해 묻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 자신일수도, 혹은 브루스일수도 아니면 그 빌어 처먹을 자식일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그 목소리는 자신을 향해 묻는다. 무엇을 원하는 거야? 제이슨은 그 물음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의 숨을 자신의 손으로 끊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밤에 늦게 자면 건강에 안 좋다.”


그 시리도록 차가운 다정한 눈이 자신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인지. 제이슨은 그저 두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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