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은 몹시도 긴장하여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차마 그의 귀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러워져 떡 벌어진 어깨를 억지로 움츠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 언제부터 이런 멍청이가 된 거지. 이래서는 정말이지 굿모닝, 스몰빌! 하며 놀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딱 봐도 고급스러운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이 담긴 잔을 한 입에 싹 비워버리면 될까, 라는 정말이지 멍청한 생각도 아주 조금 들었다. 크립토니안은 쓸데없이 별 이상한 곳에서도 힘을 내지. 술은 좀 취해도 되잖아. 클락은 축축하게 젖은 손을 연신 바지춤에 주물러댔다.

이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남자, 슈퍼맨이 왜 이렇게 긴장을 하는가 하니 오늘은 다름 아닌 ‘슈퍼맨’, 혹은 ‘데일리 플래닛’의 기자 클락 켄트로써가 아닌 ‘평범한 남자‘ 클락 켄트의 신분으로 브루스의 집에 첫 발을 디딘 날이었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클락은 자신이 브루스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지 3개월 하고도 26일째란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브루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묻고 있었고 클락은 차마 너무 긴장해서 토가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결국에는 손에 들린 와인 잔을 깔끔하게 원 샷으로 넘겨버리는 기행을 저지르며 호두까기 인형처럼 뻣뻣한 발걸음으로 브루스의 앞에 섰다.


“아니요.”

“전혀 안 믿기는데.”

“그렇죠? 아니, 네, 으음…….”

“이봐, 미스터 켄트. 진정 하라고.”


그러니까, 이러면 안 되는데. 클락이 가장 걱정하던 것은 수십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터울이 있는 그와의 나이차에서 비롯되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사용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었고, 풍겨오는 기품이나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그에게 어리기만 한 연하 애인이라는 포지션이라던가. 그러나 연하라면 연하만의 끈기와 패기로 얼버무릴 수 있는 것도 많다. 클락은 그 사실을 방패삼아 브루스의 양 팔을 손으로 단단하게 붙잡고는 바로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서로 오가는 숨이라던가, 한 번 짧게 들이키는 것만으로 코를 마비시켜버리는 고가 브랜드의 향수라던가. 계속 마음 속 어디 한 구석에서는 엑셀을 밟으라고 요동치는 것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바쁘지 않게, 보채지 않으며, 느긋하게, 천천히. 클락은 탄성과도 비슷한 숨을 내뱉었다. 상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흡사 포만감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굶주렸을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 과도 같은 황홀한 기분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 조금 고민해 볼 필요는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좀 괜찮아졌나?”

“…아주 많이요.”

“슈퍼맨이 키스하기 전에 동공이 요동칠 정도로 긴장하는 남자라는 걸 온 세상이 알아야 하는데.”

“네, 네. 그래요, 저 굿모닝 스몰빌, 이랍니다. 그렇지만 어떡해요. 첫 키스잖아요. 긴장이 안 될 수가 있나.”

“정말 순수한 의미로 첫 키스는 아니잖아?”

“브루스.”


클락이 보기에 브루스는 다소 얄미운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브루스가 자신의 넥타이를 바짝 잡아당기며 입을 맞추는 탓에 콧등에서 안경이 살짝 밀려났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져 나가는 사이를 아쉬워하던 찰나, 브루스가 제법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방금이 두 번째 키스네.”

“나 사고 치게 만들려고 작정했죠, 지금?”

“칠 수는 있고?”

“브루스, 난 가끔 당신이 너무 싫더라.”

“그래? 난 아닌데.”


아, 진짜. 이건 다 당신 탓이야. 클락은 엉성하게 걸쳐져 있던 안경을 거칠게 잡아 빼며 말했다.


'D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뱃] 너와 나의 시간  (0) 2016.05.16
[슨뱃] 잠  (0) 2016.05.16
[슨뱃] 죽음의 냄새  (0) 2016.05.16
[숲뱃] 시나몬과 크렌베리  (0) 2016.05.16
[숲뱃] 공중산책  (0) 2016.05.16